금감원직원 사칭 "당신계좌 노출됐다" 속여
안전한 계좌로 이체 유혹에 속수무책 당해

금융감독원, 경찰, 우체국 등을 사칭하며 한동안 기승을 부렸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도시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수그러든 반면 농촌지역에서는 여전하다.

특히 보이스피싱 단골 주체로 악용되는 해당기관들은 피해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를 실시, 피해가 상당부문 감소했으나 인터넷과 다소 거리가 먼 농촌지역에서는 사기에 당하는 일이 빈번한 실정이다.

증평군에 사는 최 모(70) 씨는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하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사람은 최 씨를 향해 "당신의 계좌가 누군가에 의해 노출된 상태다. 안전한 계좌로 돈을 옮겨놔야 예금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수법이다. 최 씨는 인근 은행으로 발길을 옮겨 5000만 원을 인출해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번호로 입금을 시켰다.최 씨는 또 다시 농협통장에 있던 1700만 원을 인출하기 위해 증평농협의 한 지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하는 최 씨의 모습을 본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임을 직감, 대화 몇 마디를 건넨 뒤 송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제천시에 사는 강 모(68·여) 씨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 강 씨는 지난 7월 9일 경찰청 보안과라고 사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누군가가 당신 예금을 인출하려고 하니 안전한 계좌로 돈을 옮겨놔라"는 전화를 받고는 3900만 원의 피해를 당했다. 강 씨의 아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인출된 후였다.

이에 대해 증평농협 중앙지점 박 모(35·여) 대리는 "업무를 보다보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며 "현금지급기에 '금융사기피해에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를 게재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피해근절을 위해 세밀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andrew4025@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