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은 해파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렸다.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만 7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고 신고했고, 그 가운데 10% 정도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해파리는 식용이니까 잡아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해파리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식용 해파리만 나타나주면 좋겠지만 문제는 어업에 큰 피해를 주는 해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물을 들어 올렸을 때 주로 잡히는 해파리 종류는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인데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난대성 대형 해파리였다. 한 마리 크기가 1∼2m에 달하고 무게가 무려 100㎏ 이상이다.

무리생활을 하고 육식성이라 일단 출현했다 하면 주변의 물고기는 싹쓸이하면서 느릿느릿 유영을 하므로 어부들의 그물에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혀 그물 훼손, 어족자원 고갈을 일으켜 어부들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사람을 쏘는 해파리류로 대표적인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와 함께 나타난 난대성 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bluebottle jellyfish)'가 있다.

이들의 크기는 갓길이 10㎝ 정도로 작지만 촉수에 물고기나 사람이 접촉하면 촉수 끝의 자포가 총알처럼 발사되어 독소가 주입된다. 이를 맞은 사람은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맞은 피부가 괴사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고 만일 두 번 이상 연속으로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바다는 난류와 한류의 교차 지점에 있어 어류 977종을 비롯해 1만여 종이 넘는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실 대기보다 바다가 훨씬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생태계는 지금 급격한 과도기를 맞고 있다. 해파리뿐 아니라 난류성 어류인 고등어가 동해안까지 북상해 잡히고 대표적인 한류성 어류인 명태나 대구는 몇 년 사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제주 특산인 아열대성의 자리돔이 울릉도 연안에서 잡히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최근 스페인이나 호주 인근 해역에서 고래들이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특정 개체나 연령층이 아닌 집단이나 가족중심의 스트랜딩이 주로 일어나는 걸로 보아 지구온난화나 해양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 변화와의 관련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고래의 집단 자살은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한 바다 환경의 심각한 변화를 보여주는 조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반도 주변 바다의 현실일 수도 있다. 바다는 넓지만 결국 하나이니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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