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부동산 세제가 원칙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가 하면 주택공급 물량 역시 지방의 특성을 무시한 측면이 강하다. 엊그제 나온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 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향후 10년간 수도권 300만 채, 지방 200만 채를 짓겠다고 한다. 집 없는 서민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과연 지금이 대규모 주택공급을 실행할 적기인가라는 점이다. 서민들의 집 없는 설움을 하루라도 빨리 탈피시켜 주겠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철철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팔리지 않은 아파트가 15만 가구나 된다. 대전, 충남·북 미분양 물량은 2만 가구를 넘어섰다. 지방건설사들은 아파트를 팔지 못해 줄도산 하거나 부도 일보 직전이다.

공급확대는 지역 미분양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 지역 주택시장의 최대 현안인 미분양 주택에 대한 해법부터 제시하는 게 주택정책의 순서다. 지금 필요한 건 미분양대책과 시장 활성화 방안이지 공급확대가 아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재산세와 같은 부동산 관련 세제를 대폭 손질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게 더 시급하다.

가뜩이나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국내 금융 불안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투매에 나설 것이고, 이는 곧바로 주택대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요즘 경매시장에 아파트 물건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방 건설경기가 말이 아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그렇듯이 지방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은 부작용을 초래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공급을 늘려 주택시장을 견인하겠다는 발상은 적어도 지방의 실정과는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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