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보 한서대 교수

요즘 들어 부쩍 아이들의 장래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한다. 아이들의 장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사사건건 부딪치기 때문이다. 지공협의 회원인 강 원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보아도 명쾌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답을 찾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요즈음 모임에 가면 화두가 돈, 건강, 친구, 노후생활 이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자식교육이다.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전답을 팔아 유학을 보내고 쓸쓸히 혼자서 기러기 생활을 하는 것이 무슨 훈장을 받은 것 인양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다.

자식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씁쓸하며 부럽기까지 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집사람조차 옆집 아이는 전 과목 과외를 하여 전교에서 몇 등을 하고, 앞집아이는 특수 목적고를 가기 위해 수백만 원짜리의 고액 과외를 시킨다느니 하면서 주눅 들게 한다.

아이들의 요즘생활은 학교 마치고 집에 온 후 학원으로, 학원에서 개인 및 그룹과외를 받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공부를 하기 위하여 학교를 다니는 것인지 과외를 받기 위하여 학원을 다니는 것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많다. 아이들은 학교생활 이후가 더 바빠서 귀가시간이 보통 자정을 넘기는 것이 다반사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집에서는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가족들도 서로가 각자 바삐 생활을 하다보니 가족이 무엇인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부터 모든 부모들이 다른 학생들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목숨 걸고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경쟁사회라고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이상의 용량을 뇌 속에 주입하려고 강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교육자로서 많은 학생들을 상담하고 인생의 진로에 대하여 지도해 보았지만 자기 자식을 교육시키거나 진로를 결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 자식을 올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할 때마다 성경의 씨뿌리는 사람에 대한 비유를 떠올리곤 한다.

"어떤 농부가 씨를 뿌렸는데 어떤 것들은 길가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그것을 쪼아 먹고, 다른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져 싹은 돋았지만 흙이 부족해 곧 햇볕에 말라죽고, 또 다른 것들은 가시 덤불속에 떨어져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가시덤불에 치여 숨이 막혀버렸다. 그러나 다른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무럭무럭 자라 좋은 열매를 맺었다"는 말씀이다. 자식농사는 성경의 씨뿌리는 비유와 같이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물과 영양분을 제공해야 하고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밑거름도 주고 땅이 척박하지 않도록 김도 매주고 주변의 잡풀도 제거해야 할 것이다. 농부가 뿌린 씨앗이 비옥한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을 경우에는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나 그러하지 못한 경우에는 농사를 망쳐 거두어들일 곡식이 없어 당장 먹고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현실로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사춘기에 접어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나보다 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할 것이다. 왜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부모와 같은 길을 가면 많은 조언도 해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왜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과격해지고 부모는 자식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것일까?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언제까지 가슴을 조일 것인가?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이 부모와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 또한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부모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살이 파일 것이다.

요즘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기의 길을 떳떳하게 걸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과욕일까? 아니리라.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되기 전에 우리는 빠른 시일 안에 아이를 사랑으로 안을 수 있고,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 아들과 딸들이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우리함께 도와와 할 것이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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