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충남도의회 사무처장

"이젠 술은 일절 마시지 않고 담배는 가끔 피웁니다."

현대 대중음악의 천재로 불리며 최근 컴백한 서태지가 동안(童顔)의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말한 것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있다.

그는 4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운 피부와 소녀같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음을 금주(禁酒)로 돌리고 있다.

반면에 같은 인터넷 사이트 한쪽에는 술을 마시면 이성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영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술을 마신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에 대해 느끼는 차이를 연구한 결과, 알코올 섭취가 쾌락과 흥분·매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 영향을 줌으로써 평소보다 이성에 대해 호감을 더 갖게 한다(Beer Goggles Effect)는 것이다.

술은 이처럼 우리생활 속에 두 얼굴을 가진 동전의 양면처럼 비춰지고 있다.

한민족은 예로부터 풍류를 즐기며 술을 가까이 해 왔다. 술은 이웃이나 서로 간에 다툼이 있을 때 한 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과 모임에서는 흥을 돋우는 매개체, 또한 고된 노동에서도 술은 육체의 고통을 덜어주고, '한두 잔의 반주(飯酒)는 보약보다 낫다'는 등, 술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사회통념처럼 받아들였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인지 우리나라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국민도 드물다. 지난해 우리의 소주 소비량을 보면 33억 1950만 병으로 1인당 70병, 맥주는 41억 921만 병으로 1인당 107병을 마셨다. 올해도 술 소비량은 전년대비 4.7%의 증가 추세를 보이며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술 소비문화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 독한 양주나 소주에 맥주를 타서 마시는 폭탄주를 갖가지 형태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술을 거부하기 힘들게 만드는 술잔 돌리기나 술 접대 문화는 여러 가지 폐해를 가져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0조 990억 원으로 GDP대비 2.9%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음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알코올 중독 등 음주 관련 질병은 선진국에 비해 2배가량 많은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술로 인한 사망자도 하루 1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 된다.

특히 알코올 장애는 대한민국 성인의 5%가 넘는 180만 명인 것으로 조사돼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알코올 장애는 알코올 의존자와 알코올 남용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알코올 의존자는 술을 48시간 이상 마시지 않으면 전신에 경련이 일어나고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 남용자는 스스로 술 마시는 행동을 제어할 수 없고, 습관적으로 술을 마셔 업무에 자주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속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로 술을 마시는 데 있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술을 한두 잔 적당히 마시면 심장병과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NIAAA보고서), 원활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걱정이나 긴장을 없애 주는 특효약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가정파탄이나 죽음을 재촉하는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어서 술 많이 마신 사람치고 퇴직해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어느 선배의 말이 뇌리에 스친다. 지나친 음주는 현재를 넘어 노후에까지도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충고다. 그나마 일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음주문화가 건전한 방향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하니 다행스럽지만, 직장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된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 할 말이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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