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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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3)


여승방의 여름은 그렇게 깊어갔다.

앞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헐렁한 삼베 염의(染衣)를 입었건만 하얀 얼굴들에 땀이 번질번질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자경문을 읽는 데 열중해 조금도 자세가 흐트러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아닌 밤중에 금남(禁男)의 여승방에 불한당 패거리가 울타리를 넘어 침입한 것이었다.

"꼼짝들 마라! 어명이다!"

한 놈이 벼락같이 소리를 쳤을 때는 작대기를 든 예닐곱명이 이미 강원과 선방 문을 앞뒤로 가로막고 선 뒤였다.

"에그머니!"

"도둑이야!"

자경문을 읽던 사미니와 소녀 행자들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한쪽 구석으로 몰렸다.

불한당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듯한 선비 차림의 젊은 남자는 얼굴이 희고 준수한 귀골(貴骨)로 생겼는데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작대기를 든 자들은 하나같이 수염이 없었다.

"우리는 도적이 아니다. 어명이다, 꼼짝 마라!"

눈딱부리에 근골이 우악스럽게 생긴 자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가냘픈 목소리로 위협을 하며 신발을 신은 채 성큼 강원 안으로 들어섰다.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떼지어 몰린 사미니와 소녀 행자들은 벌벌 떨며 끽소리도 못하였다. 저쪽 선방에서도 그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상전하께서 너희 여승들 중에 미인을 고르시려고 미행(微行)을 하셨으니 만일 말을 듣지 않는 계집은 죽고 살아남지 못하리라!"

눈딱부리가 사미니와 소녀 행자들을 쏘아보며 한번 더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는 작대기 끝으로 한 소녀 행자를 지목하였다.

"너는 빨리 나가서 객실을 깨끗이 치우도록 해라!"

그렇게 지목을 받은 소녀 행자는 눈이 작고 광대뼈가 불거진 못난 얼굴이었다. 추녀(醜女)이기에 화를 면한 그 소녀 행자는 부리나케 강원 밖으로 빠져나갔다.

"너도 나가라!"

두번째로 지목을 받은 사미니는 한쪽 볼에 화상(火傷) 같은 검붉은 반점이 있어 퇴짜를 맞은 것이었다.

"허지만 울타리 밖으로는 나가지 못한다. 만일 어겼다가는 어명을 어긴 죄로 다스릴 것이니 그리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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