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대한민국의 노사관계 선진화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올해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노사관계 생산성은 조사대상 55개국 중 최하위인 55위로 6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21세기를 맞아 한국의 노와 사는 상대방을 부정, 의심하고 감시하려는 관계에서 상호 인정, 협력하는 관계로 어느 정도 진전됐지만 6년 동안 노사관계 생산성에 대한 성적이 최하위인 것을 보면 아직도 상대방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전근대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사용자인 사 측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사전협의 없이 CCTV 등의 감시장치를 설치해 노사 불신을 초래, 결국 회사가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C사의 경우 자동차 부품을 생산, 수출하는 우량기업이었다. 그러나 회사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경영체제와 임금에 대한 불만, 여기에 IMF사태로 인한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은 노조설립을 야기했다.

노조설립 이후 여러 차례의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은 번번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까지 들어갔다.

노사 간 의견차는 조정중지 결정으로 이어졌고, 노동조합은 연장근로를 거부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이 무렵 사 측이 노조 사무실에 몰래 설치한 도청장치와 CCTV는 노조를 격분하게 만들었고, 파업과 노사 간 갈등의 골은 결국 C사를 다른 기업에 매각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상호 신뢰 붕괴로 노사 모두를 불신의 늪으로 빠뜨렸고, 노사관계를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든 상태로 몰고 갔다.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경제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노사관계도 이러한 흐름에 맞게 변화될 필요성이 있다. 불합리한 노사관행 및 대립적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여야만 노사 모두 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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