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저축성 상품 국내법 적용해 보호

늦여름 반등을 모색하던 국내 증시가 느닷없이 불어 닥친 미국 금융계 한파에 급랭하고 있다.

16일 대전지역에 소재한 대부분의 증권사 객장에는 말 없이 시세판을 응시하는 투자자들로 하루종일 싸늘한 분위기를 보였다.

지난주 국내 증시가 바닥을 딛고 오르는 듯한 분위기에 고조됐던 투자자들은 연휴 마지막 날 9·11 테러 이후 최대로 폭락을 기록한 미국 증시 소식에 투자 계획을 일찌감치 접고 사태를 관망했다.

대전시 중구의 한 증권사를 찾은 윤 모(59) 씨는 "계속된 침체에 투자금이 반토막 났어도 참아오다가 모처럼 만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손절매에 대한 갈등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이 모(50) 씨도 "국제 유가도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주가도 더 이상 내리지 않아 반등 시점이 왔다고 여겼는데 한참을 더 미뤄야 할 것 같다"며 "그나마 이번 사태가 추석연휴에 터져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주가의 횡보합이 더 이어지면서 1300선 초반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추석을 기점으로 투자를 고려했던 자금들이 급속히 자취를 감추고 대신 추가 하락에 대한 손절매 신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같은 불안심리의 지속이 투자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AIG 사태와 같은 돌출된 악재가 속히 마무리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전언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도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기간의 횡보합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석 전 호전된 투자분위기가 자취를 감췄다"며 "위기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걸릴수록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차라리 예정된 악재가 빨리 터지는 것이 더 시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AIG사의 위기와 관련, 국내 AIG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별 다른 피해가 없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소 안정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AIG 대전지점 관계자는 "AIG가 외국계 회사라도 보험에 관련해서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투자형 상품 가입자 외에 보장성·저축성 상품 가입자에게는 별다른 피해는 없다"이라며 "당초 문의전화 폭주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지역 가입자들이 이에 관해 문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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