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꺾기' 관행 여전
펀드들땐 세심히 따져봐야

#사례1. 2년 전 시중 A은행으로 부터 주택자금 2500만 원을 대출 받아 집을 장만한 직장인 김 모(36) 씨는 최근 은행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은행원은 "신용등급을 상향시켜주고 이율을 내려줄 테니 펀드에 가입하라"며 조만간 상담받을 것을 권유했다. 김 씨는 "전세자금 대출 상환일이 얼마 남지 않아 대출 연장에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돼 은행원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었다"며 "은행원이 무슨 펀드인지, 운용사가 어디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례 2. 직장인 임 모(41) 씨는 얼마 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시중 B은행을 찾았다. 신용카드 연체 전력으로 통장개설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임 씨는 은행원으로부터 뜻밖의 권유를 받았다. 은행원은 "10만 원가량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경우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대출과 연계해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금융기관의 일명 `꺾기' 영업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은행들 간 고객 빼앗기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갖가지 편법을 동원돼 무분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은 돈을 넣기 전에 이자율이 결정되지만 펀드는 그 운용실적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뚜렷하게 구분돼 자칫 가입자의 손해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특히 원금을 보장하지 않고 확정적인 금리도 담보해 줄 수 없어 예금자 보호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출과 관련,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금융기관은 원금 손실의 위험성과 손실에 대한 책임이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점과 자금투자와 운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고객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실적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가입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은행들 간 고객유치경쟁이 치열해 지고 영업점 직원들의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90년대 유행했던 꺾기 영업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객들은 펀드 가입을 권유 받았을 경우 꼼꼼하게 따져보고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광 기자 kipo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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