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풍오 남부본부 취재부장

'계룡시와 논산시는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14년 만에 특례시 승격이라는 숙원을 이룬 계룡신도시 내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문구 중의 하나다.

또 '계룡시와 논산시 힘 합쳐 행정수도 유치하자'는 내용도 시선을 모은다. 계룡시가 논산시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자립도시로 변모하지만 그래도 이웃사촌의 정을 잊지 말고 서로 협력해 나가자는 의미로 들린다.

계룡시 지역은 일제하인 1914년 3월 군·면 통폐합에 따라 논산군에 소속된 이래로 90년 가까이 논산의 한 지역으로 자리 잡아 왔다.

1989년 7월 6·20사업에 따라 신도안 지역에 국방의 중추기능을 수행할 3군본부가 이전돼 자주국방의 요람지로 변모하게 됐으며 충남도는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주민들에 대한 주택문제, 문화복지 등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과 문화와 전원이 보장되는 신도시 건설을 위해 1990년 2월 이곳에 계룡출장소를 개소했다.

계룡시는 충남도에서 세번째로 큰 행정구역인 논산시의 총 면적 615.52㎢ 중에서 한 부분에 불과한 60.69㎢에 이르는 지역에 99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지역이다.

이런 작은 면단위 마을이 '시(市)'라는 도시의 명칭을 얻게 됐으니 그 감격이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계룡출장소 주변을 비롯 주요 도로변, 상가, 사람이 모일만한 장소면 어디를 가든 눈에 띄는 플래카드가 입증한다.

그러나 논산지역에서는 눈씻고 찾아봐도 축하 플래카드 하나 찾기가 어렵다.

일부 단체 주도로 계룡시의 승격을 반대했던 기억이 너무 많이 자리잡고 있는지, 무관심인지는 몰라도 논산시 입구인 계백교 인근 10여개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게시대에서도, 주요 행사 등을 알리고자 할때 즐겨 찾는 오거리 인근도, 20여개의 플래카드가 걸린 강산동사거리 게시대에도 계룡시 승격 축하 문구는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시청 근처도 마찬가지이다. 오로지 식당 오픈 광고성 문구나 모집광고 등의 문구가 눈을 아프게 할 뿐이다.

'함께하는 시민 번영하는 논산'이라는 시정구호가 무색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중국 송나라 때 여승진이란 사람이 새 집을 샀는데 누군가가 집값을 물으니 1001만금이라고 했다고 한다. 웬 집값이 그렇게 비싸냐고 묻자 여승진이라는 사람은 1만금으로는 집을 사고 1000만금으로는 이웃을 샀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조선 중종 때 학자 김정국(金正國)은 그가 지은 향약문에서 '천금으로 밭을 사고, 만금으로 이웃을 산다'라는 시를 남겼다.

우리 나라의 미풍양속에 이웃에 초상같은 애사가 나면 그 이웃들은 심상(心喪)이라 해 일정기간 상주와 같이 근신을 했다고 한다.

물론 경사에도 마을 사람들이 달려가 품앗이하며 일손을 거들고 같이 축하해 주는 미풍은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다.

계룡시의 승격이 논산시의 시세 위축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에 잠길 게 아니라 계룡시와 더불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같이 축하해 주는 우리네의 너그러운 인정을 늦게나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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