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비수도권과 수도권 자치단체 간 갈등이 빚어졌다는 시각은 진실을 오도한 넌센스다. 포퓰리즘에 영합해 국가 정책기조마저 쥐락펴락하려는 일개 도지사의 도발에 대해 경고한 것이 어찌 갈등이란 말인가. 바로잡을 것이 있다면 국론을 분열시킨 김문수 경기지사가 경고망동을 접고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상생발전 방안에 수긍하는 일이다.

대전과 충남, 충북, 강원도의회 의장은 지난 22일 전국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 본회의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김 지사가 '지역균형발전론은 공산당도 못하는 것' 등으로 발언한 것은 지방현실을 무시한 오만한 독설"이라며 비수도권 국민을 우롱하는 시대착오적인 망언 철회 및 대국민 사죄를 요구했다. 경기도 인접 시·도 뿐만이 아니다. 영·호남 지역도 "도가 지나치다"며 김 지사의 잇따른 궤변에 경계를 표했다. 지방경제 함몰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도리어 연일 수위를 높여가며 수도권 규제완화를 선동했으니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다.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이 "경기도에 대한 지나친 폄하와 훼손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협의회 회장 선거 후보 사퇴를 불사하고 향후 협의회 불참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맞불을 놓음으로써 마치 의회 간 대립구도로 비화된 것처럼 비춰지지만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규제완화'는 친 수도권 성향이 짙은 이명박 대통령조차 물러선 방침이기도 하다. 안전핀 없는 수도권 규제완화의 폐단이 그 만큼 크다는 방증이며 아직은 흔들 수 없는 국가정책 방향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심지를 켜고 "대통령의 오만, 권력을 잡을 자의 오만함"이라고 상궤를 넘어선 독설을 토해내는 것은 고의적으로 갈등을 조장해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술수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한나라당의 엇갈린 내부 반응만 봐도 그렇다. 당장 수도권 의원들이 김 지사를 옹호하고 나서며 정부 압박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유아적 발상이다. 비수도권이 우려하는 것은 '수도권 집중'이지 '수도권 발전'이 아니다. 지방의 황폐화는 아랑곳 없이 무한경쟁을 운운하는 것은 가진자의 횡포이자 공멸의 방정식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