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남 대전 중구문화원장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 말하고 있다.

왜 지금 시대가 문화의 시대인가.

우선 꼽을 수 있는 첫번째 분석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지난 20세기는 산업혁명 이후 발달된 중공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세계를 지배했고, 이에 따라 국가의 경제적 부를 가져다 주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이 각광받았던 시대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3차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지식정보산업이 새로운 총아로 등장하게 됐다.

육체로 하는 일이 줄어드는 대신 이른바 머리와 손으로 하는 일과 산업이 세계의 경제체제를 뒤흔들어 놓는 제3의 물결 시대를 열게 되었던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는 21세기는 생활양식과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초래되고 있는데, 이런 사회에서의 경쟁력의 원천은 지식이며 문화적 창조력이라는 게 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창조성 또는 문화적 감수성이 각광받는 시대라 하겠다.

다음으로는 21세기의 중요한 또 하나의 흐름이 공생(共生)과 상생(相生)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세기까지 인류는 놀라운 물질문명의 진전을 이룩해 삶에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우주시대를 여는가 하면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는 생명공학의 발달을 초래했으며, 인류가 출현한 이후 최대의 풍요란 찬사를 받을 만큼의 부를 이룩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풍요의 이면에는 에너지 자원의 고갈과 지구환경의 파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져 가고 있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서는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대두됐다.

이러한 세계적 상황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동양과 서양, 강대국과 약소국, 지식인과 문맹인,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공생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사람과 자연과의 공생 또는 상생을 강조하는 생명 존중, 자연환경 보전 운동이 번지게 되었다.

이러한 공생과 상생 사상이야말로 정신력을 소중히 하는 문화적 바탕에서 나오는 것으로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임을 말해 주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문화가 21세기의 키워드인 점을 인식해 도전적인 정책으로 살아 숨쉬는 문화로 재생산해 내는 나라가 바로 영국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문화예술 4월호'에 의하면 지난 1970년대 말 IMF 지원체제를 겪은 노대국(老大國) 영국은 마거렛 대처정부부터 문화와 예술을 산업과 연결시켜 국가의 경제적 부와 사회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했다.

예술을 산업화한 최초의 국가였던 영국은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교육을 대국민 복지증진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에 문화예술의 가치가 폭넓게 체감되도록 정책을 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 중 하나라고 이책은 강조하고 있다.

문화가 구호로만 난무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영국의 문화정책이야말로 21세기를 맞아 새겨야 할 대목이란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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