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찬 대전대한방병원 진료부장

태풍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었다.

태풍은 그 한가운데 '태풍의 눈'이라는 곳이 있어 바깥 쪽은 비와 바람이 몰아쳐도 가운데는 잠잠하다.

휴대폰 요금의 장기 연체는 태풍의 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언제 우리 경제를 폭풍우로 변하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휴대폰 요금의 연체는 신용카드의 연체와 맞물려 우리 사회를 신용 불량으로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통신부가 국회 과학기술 정보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요금 연체자는 휴대폰 가입자 6명 중 1명으로 2000년 말 6059억원에서 2001년 말 1조298억원으로 늘어났고, 2002년 말에는 1조7367억원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통신업계의 연체 관리를 총괄하는 정보통신산업협회는 올 6월 1일 현재 110만명의 장기 연체자가 등록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휴대폰 사업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갑자기 2∼3년 사이에 연체가 급증한 걸까. 이동 통신사업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왜 방관했을까. 국가에서는 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여 대책을 세우지 않는가.

최근 이동통신업자의 경영난이 선량한 이용자에게 떠넘겨지는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이동통신업자들이 연체로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면 요금을 성실히 내는 이용자의 요금을 올리거나 부가 서비스를 늘려 경영난을 해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다.

통신업자들은 연체자 증가의 사실을 분명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1년도 아니고 2∼3년째 계속 증가하는 연체의 추세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수많은 통신업자간의 과다한 출혈 경쟁이 그 원인의 하나였다고 발뺌하고 싶겠지만 실은 그것만도 아니다. 사업자는 돈을 자력으로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 휴대폰에 가입시켜야 할 일차적인 책무가 있는 것이다. 겉모양만 보고 어떻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겠느냐고 항변하는 자는 사업가로서는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만일에 모르고 휴대폰을 사용하게 했다면 전적으로 그것은 사업자가 비용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선량한 이용자에게 요금을 전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많은 연체자의 휴대폰 발신을 즉각 정지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휴대폰 사업자에게 손님을 빼앗길까 봐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마인드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진 업자들 때문에 멍들고 있다.

기업체의 빚이 조 단위를 넘어서면 국민은 두렵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왜 우리 나라는 기업체의 빚을 개개인 국민의 돈으로 갚아야 하는가. 역으로 개인이 빚을 지면 기업체가 갚아 준 적이 있는가. 바둑에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나라는 개인의 희생 아래 대기업이 지금껏 버티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제 그러한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휴대폰 요금 연체자는 휴대폰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선량한 이웃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연체를 조장하며 방만하게 운영해 온 휴대폰 사업자는 전적으로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휴대폰 가입시 신용도를 철저히 조사하여 연체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사업자의 기본 도리이며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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