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서부본부 취재부장

IMF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소위 '철밥통'이라고 해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평생직장이 보장된 직업이었다.

그러던 것이 국가경제의 위기가 닥치고 사기업들이 도산과 퇴출 등을 거치면서 실업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국민감정이 공무원들도 고통을 분담하자는 쪽으로 흘렀고 이에 정부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철밥통의 신화가 무너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공무원의 구조조정은 재직 중에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사람들부터 대상을 삼았으나 이들만으로는 그 수를 다 채우지 못하자 결국엔 나이가 많은 공무원들이 희생양이 됐다.그러다 보니 자연 공무원들은 항상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됐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져 갔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공무원들의 급여가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반 사기업이나 공사 등과 견주어 볼 때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특히 근무연수가 몇 년 안되는 젊은 공무원들의 경우 급여의 수준이 열악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그나마 먹고 살 만한 장기근속공무원의 급여도 90년대 들어서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고 보면 공무원이란 직업이 안정적이란 것 말고는 별 매력이 없는 직업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안정성마저 사라졌으니 공무원들의 불안감이나 정부에 대한 불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주 초 공무원노조원 1만2000여명이 집단 연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고 일부는 서울로 올라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조합입법화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이었다.

단체행동권이 빠진 공무원노조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단체행동권에 공무원들이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일반 사기업이나 공사 등과 비교해 볼 때 뒤처지고 있는 데다 안정성마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자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해야 한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선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일반직 공무원에 이어 경찰공무원이나 군공무원마저 단체행동권을 달라고 주장한다고 가정해 보자.국가의 존립마저 해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반공무원들이 단체행동권을 요구한다면 경찰이나 군공무원들이라고 요구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가정을 하지 않더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듯하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종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고 보면 자칫 대선을 빌어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공무원조합 입법화가 차기 정부로 넘어가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집단연가로 피해를 입은 민원인들의 고통을 되새겨 보고 단체행동권이 발동했을 때의 혼란을 예상해 본다면 단체행동권에 대한 공무원들의 시각도 조금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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