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부총재

카르타고의 명장(名將) 한니발은 자신의 초상화를 언제나 옆모습으로만 그리게 했다고 한다.

눈이 성한 한쪽만 그려 자신의 애꾸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만약 화가가 그 반대쪽에 서게 되면 그는 장님으로만 그려지고 말 것이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 온통 대선 정국에다 후보자들의 지지여론 향방에 많은 관심들이 쏠려 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하는 식의 자기 평가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는 지도자의 선택이란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며, 보다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인물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좋게 보여지는 어느 한쪽만을 보려고 해서는 안된다.

한니발의 참모습을 알려면 정면에서 그려진 초상화를 봐야 하는 것처럼 그 인물의 알맹이가 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물고기나 새의 눈은 한꺼번에 상반된 방향을 따로 따로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고개를 돌리거나 돌아서지 않는 한 언제나 한쪽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런 감각 기관의 구조는 우리 의식의 일면성(一面性) 또는 편향성(偏向性)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제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이해하고 싶은 것만 이해하는 속성을 지닌다.

어쨌든 어떤 인물을 놓고 비판이나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와 신중함이 필요하다.

누구든 의도적이었거나 아니었거나 대중을 향해 검증되지 않고 던져진 말들은 그 순간 이미 내 것이 아니다.

그 말의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이 온전히 듣는 이들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당사자 마음 속의 진실까지도 그들의 해석에 영향을 받고 강제될 수 있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만일 신중하지 못한 선택이 있었다면 그런 결과를 도출한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실수는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후회로 나타나게 된다.

대선 정국을 맞아 국가의 장래에 대한 민심의 향방과 온 국민을 이끌어갈 수 있는 영도력과 도덕성에 깊이 뿌리내린 품위와 식견을 고루 지닌 인물, 우리의 삶의 원형이 배어 있는 진솔한 지도력과 애국애족과의 조화를 이뤄 낼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어느 한편에 대한 일방적인 거부나 다른 한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몰입은 위험한 발상이다.

어느 특정인에게 무조건적인 찬사와 격려보다는 비판이나 비평을 통해 겸허한 마음으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냉철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오래 남는 것은 행복한 날을 꾸몄던 보석이나 꽃다발이 아니라 괴로운 날에 받았던 상처의 흉터라고 했다.

대선 정국을 맞아 모두가 깊이 되새겨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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