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대전시의회 의장

지난 1년은 설렘과 보람,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한 한 해였다고 생각된다. 지난 6·13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였고, 월드컵의 열풍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던 때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나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 의원 모두는 시민들의 무관심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선거를 통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부푼 설렘 속에 첫 등원의 발길을 옮겼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빠른 세월만큼이나 우리들이 처음 가졌던 설렘과 부푼 기대는 현실에 대한 냉철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노력으로 바뀌게 됐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1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자치환경은 초대 의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11년 전의 낡은 '자치의 틀'을 가지고는 날로 고도화되는 시민들의 욕구를 충실히 대변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런데도, 초대 의회 때부터 줄기차게 논의돼 온 의원 보좌관제 등이 지금껏 제자리를 맴돌고 있음을 보면, 자치환경이 어떠한 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땀 흘린 의정활동 1년, 지난 기간을 반추(反芻)해 명암(明暗)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발전의 디딤돌로 삼는 것은 의미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제4대 의회는 젊은 의회로, 새롭게 변화된 의회로 재출범했다.

단순히 산술적인 나이만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변화된 의정활동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 연구모임활동과 수시로 연 연찬회 등을 통해 의정능력 배양에 힘썼고, 비회기 중에도 의사당에 나와 공부하는 모습과 고질적 병폐였던 고압적·권위적인 태도가 없어진 점 등은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이 밖에도 각계각층 시민들의 고견을 수렴,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 및 시민사회단체 등을 초청해 의정캠프 및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등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으며, 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사항에 대해서는 현장 중심의 밀도 있는 상임위 및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해 왔다.

그러나 아쉬운 점으로 남는 것도 적지 않다. 지방분권문제가 국가적인 과제로 부상했지만, 달라진 건 전무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또한 IMF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해 서민생활이 위협받고 있으며, 지역간 불균형 발전으로 소외감과 상실감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많이 있음을 본다. 이런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말끔히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의정활동의 방향을 이런 측면에 중점을 두어 우리 의원 모두의 중지를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더불어, 모든 시민들이 지방자치의 과실(果實)을 고루 맛볼 수 있도록 하는데, 우리 의원 모두가 혼신의 노력과 정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