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234회 정기국회가 막을 내린다. 대선 때문에 예년보다 한달 앞당겨 막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정기국회의 졸속진행을 우려해서 정치공방을 자제하고 예산심의와 법안심사에 열성을 다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 바 있다.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로 불리울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정당들이 대선에 임한다면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무척 실망스럽다. 이러다간 내년도 나라살림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전보다 짧은 기간에 예산 결산을 다루다 보니 졸속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고 치부하기 이전에 예산심의에 얼마나 충실하게 매달렸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결위는 정부안 중 일반회계 3332억원, 특별회계 5671억원, 기금 4520억원 등 총 1조3523억원을 삭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 오전까지 추가삭감 항목을 결정하고 삭감액 가운데 1조1000억원 가량을 증액재원으로 활용키로 하는 등 약 1500~2500억원을 순삭감할 방침이다. 겉으로는 삭감을 한답시고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증액안을 그대로 반영하다 보니 순삭감액이 줄어든 것이다. 언뜻 보면 정부가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짠 긴축예산 성격은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세항목을 따져보면 예산의 골격이 뒤틀린 것이나 다름없다. 예산심의의 마지막 단계인 계수조정위는 불요불급하거나 과다계상 예산삭감 재원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농어촌 경쟁력 강화 등의 재원으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나라 전체의 균형발전과 예산배정의 우선순위를 바꿔놓은 것이다. 누가 봐도 대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 배정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총출동해 그 어느 때보다도 예산배정을 위한 로비전이 치열했다. 자기 지역을 위한 예산 갈라먹기에 급급한 것은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계수조정위에서 부탁을 담은 쪽지들이 난무한 것도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으며, 선거를 앞두고 지역예산이 급증함으로써 이번 정기국회는 대선에 휘둘린 꼴이 됐다.

법안심사는 더욱 가관이다. 서둘러 처리돼야 할 법안 120여건 중 대다수가 무더기로 법사위에서 처리됐다. 대체토론과 축조심사를 생략한 채 통과시키기에 급급했으면서도, 주5일근무제 관련 법안과 같은 민감한 사안은 심의마저 되지 않고 있다. 정치개혁특위가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는데도 내주에 개혁입법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모든 관심이 대선으로 쏠려 있어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할 모양이다. 대선이 끝난다고 국회의 활동이 달라지겠는가.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국회는 제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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