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논설고문

머피의 법칙은 1949년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근무하던 에드워드 엘로이셔스 머피2세에 의해 발견된 일종의 경험법칙이다. 이는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 경우에 쓰이는 용어로, 인생살이에 있어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되어 간다'거나 '나쁜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는 설상가상에 비교되는 인생법칙이다. 가령 출근시간은 다급하게 다가오는데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든가 공돈이 생겨 좋아라 하는데 엉뚱한 데 돈 쓸 일이 생기는 따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용어는 그룹 'DJ 덕'이 노래 제목으로 사용해 히트치는 바람에 정작 미국보다 우리 나라에서 더 유명세가 붙었다.??

오늘날 우리의 노사문제는 머피의 법칙 그대로다. 조흥은행 파업사태를 가까스로 넘기는가 했더니, 지난주엔 부산, 인천, 대구지하철 노조가 동시 파업에 돌입하고 민주노총이 4시간 시한부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흥은행 사태로 불 붙기 시작한 노동계의 하투(夏鬪)는 자동차 업계를 비롯 철도, 택시, 서울 시내버스 등이 줄줄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노사문제가 꼬일 대로 꼬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노동계가 집단 이기주의와 투쟁 일변도로 치닫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기도 하다. 정부가 불법 파업을 용인해 주고, 대형 사업장의 노사분규가 번번이 노조측의 승리로 결말이 난 데 고무됐을 법도 하다.????

머피의 법칙이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작금의 노사문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강성 경쟁을 보이는 상태로 치닫는 등 엎친 데 덮친 꼴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너무도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컨대 조흥은행 사태 때 '도덕성·책임성 상실'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엄정 대처하겠다던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했는데 뭐가 잘못됐느냐"는 식으로, 상황논리에 따라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더욱이 전경련 경총 등 5개 경제단체 회장단이 내놓은 '노동계 총파업에 대한 경제계 성명서'에 대해서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4%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재계는 물론 주한 외국기업들의 우려도 쏟아지고 있는 요즘의 상황은 분명히 위기 국면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조심스럽게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주 부산 지하철 노조 파업 참가율이 7%에 불과했던 것이 그렇고, 울산 현대자동차의 쟁의돌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54%로, 예년의 70%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던 것도 그렇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와 전국공무원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요즘 상급 단체가 주동이 된 파업투쟁에 단위노조 조합원들이 반발하거나 이탈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노조 지도부의 무리한 정치투쟁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경제5단체가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고 회사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비명을 지르면서 '법대로'를 주문한 데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향후 노동계의 총파업에 징계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법대로' 강경 대응키로 화답하고 있다.?

머피의 법칙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샐리의 법칙이 있다. 이는 일이 계속해서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 법칙은 미국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맥 라이언이 맡은 역에서 생겨난 것으로, 맑은 날에 우산을 들고 나왔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경우 등에 쓰인다. 아마도 절호의 기회를 맞지 않았나 싶다. 노조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기업인들이 '법대로'를 외치고 있는 상황을 샐리의 법칙을 불러오는 호기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인가. 문제는 정부가 일관되게 '법과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결의만 확고하다면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노동계의 무리한 정치투쟁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며, 최소한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일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국민은 그것을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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