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학과 통폐합·개인주의 맞물려 와해 조짐

지역 사회의 '발전 원동력'이란 찬사와 더불어 '학연의 사회적 병폐'로 곱지 않은 시선을 동시에 받아 오던 '동문(同門) 사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모교의 잇단 폐교와 학과 통폐합 속에 학연보다 취사선택 가능한 만남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동문회 뿌리인 일선 초·중·고와 대학들에서 폐교와 대규모 학과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동문 사회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전지역은 50년 역사를 가진 대전상고가 일반계 고교인 우송고교로 학교명과 기능을 전환하면서 사실상 '대전상고' 역사를 마감(내년 졸업생 포함 2만9925명)했으며, 2004년 우송고 신입생이 사회로 첫 배출, 신규 동문회 재건에 나설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인구 유출이 많았던 충남지역이 더욱 심해, 1936년에 설립된 강경여고가 1991년 남녀공학인 강경고로 변경됐으며, 80년 역사의 청양 화성초가 지난 99년 폐교되는 등 91년부터 올해까지 197개 초등학교가 폐교와 함께 사실상 동문회 계보가 끊겼다.

동문 사회의 퇴보는 최근 경쟁적인 학과명 변경과 통폐합에 돌입한 대학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충남대 회계학과 등 일부 학과는 학부제 도입과 함께 신입생 모집군에서 제외되는 운명을 맞았으며, 결국 약화된 선후배간 연결고리가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와 맞물려 동문회 위상을 흔들고 있다.

또 올해부터 경쟁적인 학과 조정에 나선 일부 전문대는 신설 3∼4년 만에 폐과되는 학과가 속출하는가 하면 대부분 학과명이 변경된 것도 대학 동문 의식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이다.

대학생 최모씨는 "최근 교육환경의 변화 추세라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교가 없는 경우도 나올 것 같다"며 "엄한 선배들이 즐비한 학연보다 동호회 등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도 동문회를 멀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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