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병렬 대표체제 출범 직후부터 여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최 대표의 전면등장은 우리 정치권의 변화를 암시해 준다. 신당 창당을 놓고 지루한 시소게임을 펼치는 민주당도 갈 길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결국은 보혁구도로 정치환경이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에 침체된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여야가 손을 잡고 헤쳐나가도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을 지적해 둔다.

우리는 여당에 대한 강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최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을 평가한다. 청와대는 정치적 판단을 접어 두고 조건 없이 영수회담에 응해야 한다. 그만큼 처해진 현실이 복잡하고 심각하다. 정치가 상생의 길을 비껴가고 있는 동안에 우리 경제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

경제의 주요 동력인 생산·소비·투자 분야에서 지난 9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다. IMF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서민들의 현실체감이다. 대기업들도 파업 때문에 차라리 외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실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별다른 대안을 못 찾고 있는 정부의 무능력을 탓하는 각계의 불만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 특유의 탈권위주의적 정국운영 탓인지 다양한 집단의 이기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는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방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혼란만 커지고 국민통합은 한낱 구호에 그칠 뿐이다. 정치권의 대변화와 경제계의 대혼란과 침체는 향후 발전을 위한 단순한 현상으로 보기에는 사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을 풀어 가는데 정치의 존재 이유가 있다.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치권이 먼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상생의 정치를 복원시켜 주길 거듭 당부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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