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수 충남대학교 교수

2002 한일 월드컵은 광복 이후 최고의 열광과 감동을 주었다. 우리는 4강 신화의 성적에 놀랐으며, 붉은 악마들의 질서정연한 거리응원에 놀랐다. 이러한 한국인의 저력에 전 세계인도 놀랐다.

한국은 월드컵 사상 첫승과 더불어 16강 진출이라는 꿈을 넘었고,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이탈리아와의 8강 진출 경기에서 연장 골든골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함성을 외쳤다. 이어 스페인과의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로 4강 신화라는 꿈에도 잊지 못할 성적을 거뒀다. 그 날의 감동과 환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광화문 네거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질서정연한 붉은 악마들의 응원모습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수많은 붉은 악마들은 골이 터질 때마다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고, '짝짝짝~짝짝' 박수를 치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의 어깨를 얼싸안고 얼마나 좋아했었던가. 월드컵은 우리에게 지역이나 세대간 갈등을 뛰어 넘은 국민 대통합을 선사했다.

이렇게 온 국민이 한몸이 되어 벅찬 감동의 물결을 이뤘던 월드컵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 때 나타난 역동성과 저력, 희망을 사회 각 분야의 원동력으로 이어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우리 사회에 자율적인 참여와 질서의식은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하나 작금의 사회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 같은 이해집단간 갈등은 집단이기주의로 나타나 더욱 심화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월드컵이 준 교훈을 되살려 갈등의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소하고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 월드컵을 통해 지도자 한 사람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 선발에 학연·지연·혈연이 만연한 연고주의를 탈피, 체력과 성장 가능성을 우선시했고 그들과의 관계도 상호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감독을 존경하며 따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대표 구성 초기에는 '오대영'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지만, 전권을 위임받아 전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4강 신화의 초석을 쌓아 최고의 영예를 얻었으며 국민들에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신념, 즉 '꿈은 이루어진다'는 정신을 심어 줬다. 우리 대표팀이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히딩크는 꿈을 이루고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외치며 끝없는 도전정신을 심어 줬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줬다.

이러한 성공적인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는 현재 K리그로 이어지고 있다. 프로팀 창단이 이어지고, 관중과 동호인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축구사랑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대전 시티즌은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하고 구단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해체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이러한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삼아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대전시민들은 열광시키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1년 전 그 열광과 감동, 환희의 월드컵 정신을 되살려 작금의 사회상에 만연하고 있는 이해집단간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소하고, 믿음과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국민 대통합을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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