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1월 염홍철 대전시장의 미국 방문 후 5개월여의 난산 끝에 지난 21일에서 24일까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을 대리한 두 명이 대덕연구단지와 엑스포과학공원을 둘러보고, 향후 협력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를 한 후 출국했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카메룬측에 제출한 대전시 유치 제안서 작성 과정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 입장에서 디지털 스튜디오 유치 성공전략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본다.

제임스 카메룬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끊임없이 신기술 접목을 실험해 왔다.'터미네이터' 등은 당대 최고 컴퓨터 그래픽 기법 활용을 자랑해 왔고 '어비스(Abyss)', '타이타닉' 등 바다를 주제로 한 영화들도 이공계통을 전공한 그의 학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IT에 가장 관심을 가진 영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모바일, 인터넷, HDTV등 뉴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하나의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 교육,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One Source Multi Use)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아시아권 문화 산업에 대한 그의 관심도 또 다른 변수다.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권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90년대 이후 괄목할 만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미국 문화상품 영향력이 아시아권에서 상대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카메룬측은 이 양자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한국 특히 대전에서 찾으려 하는 것 같다.

한국은 세계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이며 미국보다 몇년 앞선 네트워크와 모바일 인프라를 갖췄고 신미디어에 대한 시장 창출이 용이해 아시아 시장의 허브(Hub) 역할이 가능하다.제임스 카메룬 디지털 스튜디오 유치에 대해 전략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전의 과학기술 허브도시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이번 유치 시도는 비록 진행 중이지만 거창한 출발이 아닌 소수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촉발됐고 국내외 투자를 통해 증폭시키려 하는 자연 발생적 과정이 인위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타 도시의 동북아 허브 구축 발상과 근본적 차별성이 있다.

이는 미래 과학기술 허브 도시와 과기특구 적격지인 대전에서 성장 다이나미즘의 원형(Prototype)이 이미 존재함을 알리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들과의 협력도 콘텐츠 개발 중심의 단기 전략에서 득실을 따지기 보다 기술개발 중심의 장기전략으로 유도해 중앙정부 및 관련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대덕연구단지와 전략적 집적화를 주목해야 한다. IT 관련 연구소들이 원천기술을 문화 콘텐츠에 탑재, 세계 주류 문화 산업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나친 편중현상을 보이는 정보 및 문화산업계 우수인력의 중부권 분산을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체계·전략적으로 추진해 한다.

협상은 단기간에 주고받는 흥정이 아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이익을 도모하는 기술이다. 한·러 어업협상, 한·중 마늘협상 등 과거 한국의 국제 협상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대전시는 이제 시작 단계인 미국 카메룬측과의 마라톤 협상을 장기적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완주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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