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문화레저부장

최근 또다시 스크린 쿼터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 정부 부처의 높은 양반이 미국과 협상을 하는 도중에 스크린 쿼터제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영화계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시 한국영화를 최소한 140일 이상 상영 하도록 규정한 이 제도는 프랑스와 인도, 한국 등 일부 극소수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자국영화산업 보호정책으로 세계적으로 불공정거래라는 압박을 받는 단골메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물론 미국을 위시해 국제적으로 영화산업이 발달한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국가도 아니고 일부 특정국가들만이 이러한 특수한 제도를 만들어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저해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국내에서조차 일부 식자층에선 오히려 국내 영화산업이 스크린 쿼터라는 제도적 울타리 안에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안주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나라 영화산업의 현실을 살펴보자.

국내 최초의 블록버스터라는 '쉬리'를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나 '친구'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이들처럼 성공을 하는 한국영화는 제작 편수에 비춰볼 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의 영화들은 잘해야 제작비를 건지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하고 대부분은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 제작자들이 쪽박을 차기 일쑤다.

그나마 스크린 쿼터라는 제도가 있어서 극장들이 간판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상영 일수를 채우는 바람에 국내 영화산업은 그 생명의 줄기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스크린 쿼터라는 빗장이 풀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한국영화는 배급능력을 잃고 세계영화의 80%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이 국내 극장들을 독점하다시피 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문화침략'에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영화인 것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문제가 또다시 경제협상의 도마에 오르게 된 데는 한국영화가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데 대한 미국의 불안감에 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경제관료나 주한미상공회의소에서조차도 한국의 스크린 쿼터제를 문화적 예외로 인정하자고 해도 미국 영화업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화업자들의 끊임없는 욕심이 한국영화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 쿼터는 협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저들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듯 우리도 스크린 쿼터를 협상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가뜩이나 협상에 약한 우리가 아닌가. 마늘협상, 한일 어업협상 등 국제적 협상에서 좋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았던 우리가 아닌가.

한국영화는 지켜져야 한다. 설령 스크린 쿼터를 지키느라 국가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문화침략'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기반을 잃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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