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간 특별대담]법주사 주지 노현 스님

◆ 노현 스님은…

지난 3월 대한불교 조계종 5교구 본사이자 호서제일가람인 법주사에서는 노현 스님을 제30대 주지로 무투표 추대했다. 그동안 법주사는 직선제로 주지를 선출해 왔고, 그에따라 일부 잡음 등이 있어왔기 때문에 이번 추대는 이례적이라는게 불교계의 반응이다.

세수나 법랍이 상대적으로 적은 노현 스님이 합의 추대될 수 있었던 것은 스님의 남다른 수행이력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1000일 기도정진과 오랜 안거, 그리고 각화사에서 특별선원 설립 및 운영 등 치열한 수행정진이 법주사 원로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11세 때 탄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노현 스님은 범어사 자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비구계를 수지하고, 법주사 강원을 졸업한 후 괴산 공림사에서 1000일간 기도정진을 했으며, 공림사를 비롯 전국 유명 선방을 돌며 오랫동안 안거를 하기도 했다.

스님은 각화사 주지와 법주사 종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지난 2월 23일 30대 주지에 단독 추대된 뒤 다음달 10일 만장일치로 선출됐다.노현 스님은 임기 중 법주사 활성화를 위한 불교문화체험관 건립과, 지역사회를 위해 보은군 내 요양원과 공부방, 무료급식소 등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 대담 = 유순상 문화레저부장

▲ 법주사 주지 노현 스님
세상이 어수선하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영어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오륀지' 발언으로 시끄럽게 하더니, 출범 이후 불거진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청소년들을 비롯 많은 시민들을 길거리에 내몰고 말았다.

정권 출범 100일이 조금 넘었을 뿐인 데도 지지율은 10%대를 맴돌고 있고, 급기야 '정권 퇴진' 발언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전면에 내세웠던 '경제살리기'는 유가 등 물가 급등으로 실종된지 오래로, 서민 삶의 질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충북 속리산 법주사 주지 노현(老玄) 스님은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너무 최선을 다하려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같다"며 "의욕이 욕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을 향한 진정한 고백을 이제는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여름이면 수풀이 우거지는 법인데, 경제활성화 등에 대한 의욕이 너무 앞선 대통령이 봄도 오기 전 여름을 바라보는 의욕을 가졌던 게 문제였던 것 아니냐"는 것이 스님의 진단이다.

충청투데이 창간 18주년을 맞아 법주사 주지 노현 스님에게 갈라지고 어수선한 현대 사회의 원인과 해법을 들어봤다.

30년 출가수행정진 하던 노현 스님은 법주사 사상 처음 무투표로 주지에 추대되면서 '통합·화합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권 초기인 데도 이례적으로 '정권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국민은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은 준법정신입니다. 질서를 지키고 도덕을 지키며, 윤리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어떤 대통령이 되든 저마다 국정의 통치 철학과 준칙이 있어야 할 것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대우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정치는 조화를 의미합니다. 조화는 견제와 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며, 균형은 화합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민심은 천심'이라고 말하던 정치인이 '정권이 곧 민심'이라고 말을 바꾼다면 섬김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 되고, 민심이반은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여름이면 수풀이 우거지는게 순리인데,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봄도 오기 전 여름을 바라보는 욕심을 가진 것입니다. 대통령이 욕심이 앞선 것은 나라를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 우선, 건강 우선, 기초질서를 우선한다면 요즘의 혼란은 안정되지 않을까요. 속인들은 욕심없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사느냐는 반문을 헐 수 있겠으나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것이 바로 욕심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어떻게 보는지요.

"인간의 생명은 어디서 나왔는가, 우주의 기원은 무엇인가의 물음에 동반되는 것은 인류가 지극히 작은 데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생명의 동등함은 저마다 소중한 가치가 있으므로 차별 속에서 동등함이 있는 것입니다. 광우병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확인과 검증이 안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정확한 사실검증과 과학적 임상이 분명한 가운데 그 절차를 이행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고유의 식생활 환경까지 쉽게 지배되기 때문에 정부는 신중하게 처신하고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물질의 구조는 8만 4000가지로 가지가지마다 정(正)과 사(邪)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별되는 것이 선과 악이며, 그 근원도 결국 선악의 차별에서 구별되는 것이기에 인류사회에도 갖가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함은 탄생이며, 생명의 실상을 볼 때 살생은 죄악입니다. 식물에는 스트레스성 물질인 아드레날린이 극히 적다고 합니다. 동물성 고기에는 죽을 때 통·압감이 상승돼 인체에 유입되면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나게 되고, 이 음식에는 갖가지 성인병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죠.

정부는 국민에게 먼저 신뢰를 줘야 합니다. 국가는 국민에게 약속을 지켜야 하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진실은 모두에게 있으므로, 진실함으로 국민에게 믿음과 약속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미래의 인류가족에게 순간을 위해 속이고 거짓으로 대한다면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그 책임은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러므로 이해타산을 갖고 생명 앞에서 위선으로 눈을 가린다면 공명과 소명의 진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대운하' 문제 역시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집니다.

"대운하는 한반도를 나누고 가르고 뚫고 가립니다. 소통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힘은 스스로 하기 때문에 조건과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조건을 이해해야 합니다. 선조들은 지혜로 사물을 대하고 그 지혜는 조건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합니다. 역사와 사회는 그렇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은 민족과 그 환경에 맞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된다, 안된다 하기 전에 민족의 혼과 문화재, 생명, 환경이 인위적으로 파괴돼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이며 지혜입니다.

대운하는 결코 서두르거나 함부로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발전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수 만년 동안 고심하고 수 천년 동안 지키며 기다리는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지혜로운 자의 안목'이라 합니다. 정부가 지혜로운 안목으로 목적 사업을 실현하기 바랍니다."

-현재 사회문제의 핵으로 떠오른 문제들 모두 결국은 정권의 경제적 관점, 즉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지는데요.

"현대 사회는 삶의 기준이 가진자와 못가진 자로 대별됩니다. 사회평등은 균등한 분배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 분배는 공평한 법 테두리 안에서만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못가진 자의 불만은 더 커지게 되고 그들은 상실과 소외의식을 품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진자의 사회 대환원이 필요합니다. 도덕을 바로잡는 것은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 상호관계에서 우러나오게 해야 합니다. 가진자가 더 가지게 되는 것이 죄가 아니지만 그것을 사회로 기쁘게 나눠준다면 더욱 빛이 날 것입니다. 진정한 가진자는 사회에 기쁜 마음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는 날로 흉폭해지고 있습니다.

"사바세계 중생들이 이기심을 갖고 자기 위주로 살다보니 소외 이웃이 많아지고 세상이 타락하고 있습니다. 흉악범은 어쩌면 사회가 만드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 불교는 부처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됩니다. 우리의 생각이 짧으니 성인들의 말씀을 찾아 배우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회적 지도층이나 배운 이들이 사회를 어루만질 수 있는 여유도 절실합니다."

-끝으로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 있을지요.

"부처님 말씀 중 '자기를 높여 스스로 칭찬하고 남을 헐뜯어 업신여기며 교만이 날로 더하여 정의를 잃고 비굴하는 자는 천한 사람이다. 나쁜 욕망을 갖고 질투와 부끄러움을 모르며 허물을 모르고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다. 성인이 아니면서 성인인 체 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도둑이며 가장 천한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문에 의해 천한 것은 결코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그 생각이 천한 사람으로 되는 것이다.(숫타니파타 경)'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곳은 모두가 함께하는 가운데서 그 존재가 나오는 것입니다. 양보와 이해를 통해 반목을 이겨내야 하며, 진실로서 미움과 거짓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곳은 기쁨과 행복이 넘쳐나는 곳으로, '아름다운 국토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것은 저 멀리 아미타부처님께서 계시는 극락이 아니라 더럽고 오염된 연못 속에 연꽃이 피는 이곳 사바세계가 진정한 극락임을 깨닫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리=전진식 기자 sinmunman@cctoday.co.kr·

?사진=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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