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사제단 시국선언 20년만에 거리로
쇠고기 고시 철회·재협상 요구 목소리 높여

? ?
?
? ? ?
?
천주교 대전교구 사제들도 '촛불'을 들었다.

대전교구 사제단이 한 목소리를 내며 대규모로 나서기는 지난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 이후 처음이니 20여 년 만이다.

9일 대전교구 사제단이 시국선언을 하고 길거리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전면 재검토'와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 완전 백지화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더 이상 없으며,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만드는 데 반하는 대운하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9일 대전역광장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과 천주교 대전교구 사제단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동영상 cctoday.co.kr

"가톨릭교회가 참된 자유를 가지고 신앙을 선포하고, 사회에 관한 교리를 가르치며, 인간의 전인적 구원을 위해 국가의 정치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규정한 사목헌장과 "국가의 법과 제도가 윤리적 질서나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입법되거나 선언된다면, 그것은 양심을 구속할 힘을 갖지 못한다"는 교황 요한 23세의 말은 이날 행동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한 신부는 60여 명으로, 대전교구 소속 사제가 모두 28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사제단은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국민이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과 함께 고민하면서 마침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끄는 민족의 지도자로 거듭나는 이명박 정부가 되길 바란다"며 준엄하게 꾸짖었다.

시국선언 이후 진행된 미사에는 3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오후 6시 30분, 해가 서산으로 질 때쯤 사제단과 신도들은 길을 나섰다. 손에는 '고시철회, 전면 재협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대전역에 도착한 사제단 및 신도들은 촛불문화제에 동참,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전면 재검토 요구 목소리를 높였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관계자는 "'경제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고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성과주의에 물든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국민과 자연의 기본적 생명권과 행복권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전교구는 앞으로 매주 수요일 미사 때마다 창조질서 보전과 인간·자연의 생명권 수호를 위한 기도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전진식 기자 sinmunma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