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평창과 러시아의 소치가 벌인 2014동계올림픽유치전은 러시아 승리로 돌아갔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사용한 무기는 가스 공급,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의 무기는 평창의 뛰어난 입지조건- 어느 무기가 더 위력을 발휘했는지는 뻔한 일이다.

푸틴대통령이 스포츠외교전에 이처럼 뜨겁게 뛰어든 것은 러시아 소치 지방을 세계적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것.

요즘은 이처럼 관광이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가전략산업으로 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충남, 특히 안면도를 비롯, 서해안은 미래 관광산업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다. 시원한 바다와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사장, 울창한 송림, 모래 언덕을 따라 곱게 피어나는 해당화, 풍성한 해산물, 무엇보다 넘실거리며 밀려오는 파도소리 … 그래서 60년대는 물론 70년대 까지도 원로가수 박경원이 부른 '만리포 내 사랑'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었다.

똑딱선 기적 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만리포의 원래 이름은'만리장벌'. 조선시대 중국의 사신을 전송하던 곳이었는데 이때 수중 만리 무사항해를 기원하며 노래한 데서 '만리장벌'이라 명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1955년 본격적으로 해수욕장으로 개발되면서'만리포'라 고쳐 부르게 되었고 해마다 1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런 아름다운 만리포가 지난해 12월 사상 최악의 기름 폭탄을 맞고 죽음의 땅이 되어 버린 것. 그래서 만리포를 비롯 이 일대의 해수욕장이 올여름 개장을 못하면 태안의 지역경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통령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참여로 태안반도가 다시 원형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계룡건설 이인구명예회장은 '만리포와 천리포를 살려야 서해가 산다'며 자비를 들여 이 일대 해수욕장 살리기에 나섰다.

중장비들을 동원,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1m 깊이까지 걷어내 도랑을 판 다음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기름기와 냄새를 없애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소위 트렌치 공법.

팔순의 나이를 무릅쓰고 차가운 바람에 백발을 나부끼며 현장을 지휘하는 이 회장은 한편으로 사비를 들여 미국 해양환경관리연구소(NOAA) 연구진을 초청해 방재상황을 점검케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만리포 일대의 수질이 개선돼 올여름 해수욕장 개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충남대 대전환경기술개발센터와 미국 NOAA가 만리포·천리포 해수욕장의 해수적합도와 모래층의 유분을 측정한 결과 해수의 수질은'1급수', 유분은 기준치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검출됐다고 지난주 발표한 것이다. 냄새도 사라졌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해수욕은 물론 모래찜질을 해도 안전한 것을 의미한다니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곧 만리포, 천리포가 기름폭탄에서 살아났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40년 전 미국의 3대 명문 해수욕장의 하나인 산타바바라 백사장이 기름에 오염되었는데 지금 거의 복구가 되어 피서객이 성황을 이루고 있으나 수질이나 유분은 아직도 잔류상태. 그에 비하면 세계 최초의 트렌치공법에 이처럼 단기간 복구가 가능하게 된 만리포·천리포 해수욕장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하루속히 해수욕장 개장을 공식화하여 이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갖고 여름을 준비하는 일이 남았다.

늦으면 그만큼 관광객을 빼앗기는 것이 될 것이다. 관광객은 한 번 빼앗기면 다시 오기 힘들다. 살아난 만리포에서 역겨운 냄새와 두통, 추위와 싸우며 기름띠를 닦아내던 자원봉사자들이 올여름 모여 축제를 벌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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