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記者

요즈음처럼 세대 차이를 극심하게 느껴 본 적은 없다. 젊게 살아가는 나도 충격이 크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지역감정으로 두 쪽, 세 쪽으로 갈라서더니 이제는 세대차까지 더하면서 세상이 몰라보게 변해 버렸다. 경제는 어렵고 변화는 빨라져 무엇이 변화인지, 어떻게 적응하는 것이 개혁인지조차 구분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오늘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렛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의 교육열과 동기부여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지금의 왕성한 정치의욕 앞에 우리 국민의 진정한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일본과 싱가포르가 성취한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도록 흔들리는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묶는 일이다. 국민에게 토론보다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의 좋은 강의도 편안하게 들리지 않는다. 왠지 불안하다. 국민소득2만불 시대는 젊은이들의 이상과 경제적 자산만으로 형성되는 숫자놀이만은 아니다. 백 가지의 약속보다 한 가지의 실천이 중요하다. 2만불 시대야말로 강력한 의지와 시설투자가 선행되고 인간의 내면적 가치와 사회적 자산이 충실하게 갖춰짐으로써 이룩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어느 정책보다도 우선해야 할 코드가 있다면 그것은 2만불 시대를 만들 수 있는 국민적 화합과 경제적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만불 시대를 열어가는 신경제정책 개발에 코드를 맞추어야지 다른 것에 코드를 맞춰서는 무너져 가는 경제를 일으킬 수 없다.??

젊음은 변화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요즘 코드는 다기능인데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만 나라 살림을 하게 되면 비능률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어느 한 세대의 편향된 가치관만으로는 힘찬 역사를 기록할 수 없다. 지금처럼 기성세대들을 내치는 분위기는 화합과 성취에 도움이 안된다. 예컨대 휴대폰의 여러 기능 중 걸고 받고 하는 단순 기능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을 젊은이들이 볼 때 얼마나 딱하게 보일까? 그렇듯이 기성세대들은 옛날에는 미처 상상도 못한 젊고 새로운 문화충돌을 경험하면서 세상을 밭갈이하듯 뒤집어 놓고 헤쳐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다음 세대를 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하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간에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걱정과 불신의 벽이 높다. 그러나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듯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정치 문화와 젊음에 의하여 세상은 선악을 포용한 채 세월은 변하고 굽이치며 변화와 개혁의 강물은 끝없이 흘러가고 있다.

지금 기성세대에게 허락된 유일한 조건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적응력을 갖는 것뿐이다. 인생은 딱 한 번 밥을 주는 시계라고 한다. 한 번 늙으면 젊음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젊게 살면 인생이라는 시계에 밥을 주는 것이 된다. 젊은 사고, 젊은 행동, 젊고 새로운 문화에 동승하여 노중청(老中靑)이 어우러져서 교향악처럼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세상이 얼마나 영악해졌는가? 50대는 직장생활에서 노인 취급을 받고 물러서야 하며, 60대는 젊은이라 하여 경로당 출입이 어색해졌다. 그야말로 50~60대는 세상천지에 의지하고 살 만한 곳이 없어져 버린 셈이다.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외출한 채 빈집이 되어 외롭다. 능력이 다 타 버린 남편을 아내는 집 밖으로 내몰고 자식들은 자기네들 살기에 바쁘다. 효는 물건너간 지 오래다. 노쇠한 남편의 늦은 귀가를 바라는 아내의 절규가 노래처럼 들린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감싸안고 모든 것을 믿고 견디며 영원하다 했으나 이미 현대 가정의 사랑은 쉽게 화내며 자신만을 추구한다. 회고해 보면 젊어서는 도전을 향해 달려갔고 늙어서는 도전이 우리를 향해 달려온다는 사실이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기차는 역이 없다. 기차표도 없다. 누구라도 변화와 개혁이라는 기차에 승차하려면 능동적인 변화와 속도로 그 기차에 오르겠다는 열정이 요구될 뿐이다. 그만큼 세상은 그 관점이 달라졌다.

어느 날 모처럼 만난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나무란다. 그 나이에 정치는 왜 하려 하는가? 반대로 격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유혹이지 내가 갈 길은 아니지 않는가? 젊게 사는 사람들과 꽃을 심으며 인재 양성을 위한 아름다운 잔디와 숲을 가꾸는 작업이 나의 마지막 할 일이다. 위대한 일은 큰 위험 앞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나라 경영이 아직은 서툴고 엉켜 있어 사회가 위험 앞에 서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의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10년 내에 대전 근교에 행정수도가 옮겨올 것이라는 위대한 희망도 보인다. 바야흐로 대전발전의 신교과서가 필요한 때이다. 늙고 젊음이 무슨 상관이며 코드가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도 가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변화와 개혁의 신교과서도 쓰고 나라 살림도 당차게 하여 2만불 시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인재를 찾고 키우는 데 코드를 맞추자. 그것이 나라 살림의 급선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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