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S정책은 섹스(sex),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독재정권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한 '우민화 수단'이다.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5공 정권은 민심 수습이 가장 급선무였다. 그래서 착안한 게 프로야구다. 전두환 정권은 총부리와 군홧발로 민의를 짓밟던 군인의 이미지를 3S로 철저히 '세탁'했다. 아주 선량해 보이는 '탈'을 쓰고 양처럼 시구를 했다. 이는 히틀러의 3S정책과 무척 닮아 있다. 그렇게 프로야구는 애마부인, 젖소부인 등 에로틱 아이콘과 함께 국민들 최면 거는데 '장타'를 때렸다. 민심은 3S에 '정치'를 잊었고 '피'흘린 역사를 잊기 시작했다. 격동의 역사 중심에서 아픔의 나이테를 지닌 스포츠가 바로 프로야구다.

▶부시는 89년부터 11년간 메이저리그 텍사스 구단주였을 만큼 야구광이다. 이라크 전쟁이 나자 평화주의자들은 조지 W 부시대통령을 두고 '조지고 부시는' 대통령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때 부시는 골프를 끊는 아주 사소한 '금단'을 택했다. "전쟁 중 아들을 잃은 어느 어머니가 골프나 치는 최고사령관(대통령)을 보면 어찌 보겠느냐"며 골프채를 던져버린 것이다. 골프를 끊은 것은 단순히 잡기를 버린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아름다운 포기였다. 이에 반해 MB는 골프는 운동이 안 되는 '오락'이라며 '머슴'들에게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마치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된다는 얘기로 비친다. 골퍼가 18홀을 돌면 45분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효과가 있고 평균 8.64㎞를 걸으며 1954㎉의 열량을 소비한다는 연구결과를 들먹일 필요는 없겠다. 다만 1회초 마운드에 선 MB와 8이닝을 넘어서고 있는 부시의 마인드가 영 딴판이다.

▶2004년 5월 시작한 17대 국회도 수많은 '실점'을 하고 강판을 준비 중이다. 좋은 기억은 향기처럼 잠깐이고 나쁜 기억은 액취처럼 오래 남는다고 했던가. 싸움국회·식물국회가 떠오르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본회의장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와중에도 컴퓨터로 여성 연예인 사진을 보거나 홈쇼핑을 하는 의원들도 목격됐다. 본회의장 내 산소가 부족해 자꾸 잠이 쏟아진다며 구시렁거렸다. 이처럼 웃기는 일이 요즘 벌어지고 있다. 한동안 거침없이 MB를 감싸 안으며 구애성 기사를 쏟아 붓던 일부 신문들이 공격성 기사로 갈아타고 있는 것. 연유야 모르겠지만 1회초 '병살타'만 치고 있는 대통령을 미쁘게 보기가 지겨웠던 모양이다. 얼마나 만만한 주권이 되었는지 '미친 소'에 벌벌거리고, 일본의 '미친 광인의 노래' 독도타령을 또 들어야 하니 'MB 피로증'에 걸릴 만도 하다. 정치도 야구다. 643(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를 칠 수도 있고 협살을 당할 수도 있으며, 9회말 투아웃 상황서 굿바이 홈런을 칠 수도 있다. 욕심보다는 민심을 춤추게 하라. 그래야 신나서 응원한다.

▶요즘 야구 보는 재미에 산다.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터지면서 독수리가 날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 클락 이범호 김태완이 불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충청인의 헛헛한 마음은 기분좋게 충전된다.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행복하고, 변방의 대타설움을 보상해 주는 듯한 '한방'이어서 행복하다. 그들이 광우병 광풍을 막아서고 있는 장관보다 낫다. 뒷북치다가 동네북이 되는 정부보다도 낫다. 그들이 우리의 엔돌핀이다. 이글스 파이팅.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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