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코가 납작해졌다. 오는 1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사르코지에게 자축의 샴페인은 없다. 프랑스 개혁을 외치며 당선된 사르코지의 출발은 그의 로맨스만큼이나 뜨거웠다. 집권 초기 40여 개의 개혁조치를 쏟아냈고 국민과 정당, 노동자의 반대에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밀어붙였다.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에 샹송의 나라는 반했고 달콤한 연가로 화답했다. 1년간 외국방문 38회를 포함 국내·외 출장횟수가 88회에 달했다. 그 거리는 자그마치 29만 8000㎞로 지구를 7바퀴나 돈 셈이다. 그러나 그의 열정은 불과 1년 만에 프랑스 역사상 가장 '별로'인 대통령이라는 낙인과 함께 67%에 달하던 지지율을 반토막 냈다. 지금 다시 투표하면 좌파 루아얄을 뽑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실패는 연예인만큼이나 호사스러운 사생활과 말잔치로 끝나고 있는 경제부흥론 때문이다.

▶사르코지의 의욕과 열정은 슈퍼모델 출신 연인에게 뺏긴 듯하다. 그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칼라 브루니는 샤넬이나 프라다 같은 일류 디자이너들의 모델로 활약했다. 사르코지와 만나기 전 에릭 클랩튼, 캐빈 코스트너, 프랑스 총리 등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2001년엔 프랑스 유명작가와 사귀며 그의 아들과도 사랑에 빠지는 '양다리' 엽색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타고난 미모에 뛰어난 패션감각,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800만 원에 팔린 자신의 누드사진만큼이나 몸매도 자랑한다. 다니는 곳마다 파파라치가 뜨고 뉴스의 메인을 차지할 만큼 사르코지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를 좋아하는 그들의 뜨거운 사랑이 프랑스 국민을 울리는 것은 말과 행동의 어긋남 때문이다. 경제는 곤두박질 치는데 웃통을 벗어던지고 파파야 그늘 아래서 연인과 함께 키스를 나누는 천연덕스러운 기행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한국의 사르코지'로 불린 MB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혁, 개혁을 외치며 '전봇대'를 뽑고 있지만 국민감정만 건드리며 이 곳 저 곳서 '생니'를 뽑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공무원들 할일까지 대통령이 나서서 시시콜콜 하다보니 마치 퇴행성관절염처럼 여기 저기 삐걱댈 뿐이다. 사르코지의 집권 초 '개혁정치'와 닮아있다. YS는 취임 100일 지지율이 80%였고, DJ는 집권 후 6개월 동안 70%대를 유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70일까지 60% 전후를 지켰다. 그러나 MB는 집권 3개월 지지율이 29%에 불과하다. 이는 과욕을 부린 인수위, 부자내각, 한나라당 공천파동, 광우병 광풍을 거치면서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나홀로 리더십'에 연연한 탓일 게다. 93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을 이끈 클린턴도 '말실수' 하나로 취임 100일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신속하게 국민과 정당을 설득했고 수습했다. 솔직해졌고 노련해졌으며 미더워졌다. 그는 97년 재선에 성공하며 기사회생했고 '천일 야화'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에도 살아남았다.

▶MB는 최근 쇠고기 수입 논란 등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눈이 많이 올 때는 빗자루 들고 쓸어봐야 소용없다. 일단 놔두고 처마 밑에서 생각하라"면서 "눈 오는데 쓸어봐야 힘 빠지고 빗자루만 닳는 것 아니냐"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단다. 지금이 어디 기다릴 때인가. 개혁은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삼청동 안가에서 테니스를 치며 주고받는 '바비큐 여론'은 기름을 쫙 뺀 공론(空論)일지도 모른다. 지금이 나설 때다. 상처받은 민심 앞에 서서 위로하고 해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빨리 수습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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