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이 광우병 때문에 울화병이 났다. 캠프데이비드 목장에서 소떼를 몰고 온 MB정부 때문에 단단히 뿔이 난 것이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시작한 탄핵서명은 한 달여 만에 120만 명을 넘어섰고, 취임 두 달 만에 국정지지율도 20% 후반대로 추락했다. '미친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편이 낫겠다는 극단적인 민심도 있고 '섬김의 정치'를 한다더니 국민을 상대로 고기흥정과 '어김의 정치'를 하느냐고 야유도 보낸다. 그렇게 질 좋은 소라면 일단 농수산부 장관부터 맛나게 드시라고 비꼬기도 한다. 끓는 민심은 이렇게도 말한다. 잠을 적게 자는 얼리버드론의 MB가 잠이 덜 깨 비몽사몽 하느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는 국민 건강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칼질한 '한없는 가벼움'을 탓하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양치기도 나쁘지만 '텍사스 카우보이'의 융숭한 대접에 잡뼈까지 먹게 만드는 'OK목장 외교'도 나쁘다. 소 팔아 닭 산다는 말이 있다. 큰 것을 희생하여 적은 이익을 보는 경우를 비꼬는 말이다. 정녕 우리에겐 CEO형 리더십이 아닌 민심을 읽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파푸아뉴기니의 풍토병 '쿠루병'이란 게 있다. 이 병은 이 지역 원주민들의 식인 습속으로 발병하는데 치료법이 전혀 없다. 인간광우병도 11개국 207명이 감염돼 7명만 생존하고 나머지는 사망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광우병은 소의 뇌에 구멍을 숭숭 뚫리게 만들어 숨지게 하는 질병으로 익혀도 파괴되지 않고 잠복기간이 10년쯤 된다고 한다. 한국 사람에게 쇠고기는 단순한 육류가 아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먹는 게 없다. 뼈와 고기를 고아 만드는 설렁탕, 꼬리곰탕은 물론 내장도 별미로 즐긴다. 미국은 살코기만 잘라 먹고 뼈나 내장 등 부산물 30%는 모두 버린다. 그러니 개도 안 먹는 고기를 수입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더구나 수입 쇠고기를 불매한다고 해도 라면 스프나 화장품, 의약품 등 100가지가 넘는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원료는 막을 길이 없다.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30개월 미만의 '늙은 소' 뿐만 아니라 뇌·눈·척수·등뼈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까지 개방을 허용하는 혼나간 정부. 지금 민심은 수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수입을 하더라도 똑바로 따져서 하자는 거다. 쇠귀에 경 읽는 꼴이니 한심하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족의 살과 뼈인 동물성 사료를 먹이니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AI(조류 인플루엔자)까지 겹쳐 가뜩이나 육식의 공포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단김에 쇠뿔 빼듯 졸속협상을 한 정부는 안전, 안전만 외친다. '일정한 위험'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그러나 광우병 확률이 적다 해도 '미친 소' 일지 모르는 고기를 어떻게 어르신과 자식들의 식탁에 맘 편히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 몇 달 전만 해도 미국 쇠고기 금수조치를 내리고 협상을 당장 중단하라고 했던 한나라당의 돌변도 가관이다. 소도 웃고 갈 변덕이다.

▶생명과 땅에 대한 연민으로 평생을 '정직한 토지'처럼 산 한국문단의 거목 박경리 선생이 타계했다. 청계천 복원과 한반도 대운하 등 개발 위주의 정책을 비판한 선생이 거세된 '신토불이의 울분'을 안고 흙의 품으로 떠난 것은 아닌지 정녕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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