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을 공주·홍성의료원장

지방공사 의료원은 공공의료의 임무 수행과 동시에 자립경영을 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다. 공공의료에는 돈이 들고, 그 돈은 기업활동으로 벌어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충남도의 지원도 상당 부분 받고 있지만 지난 2001년 부임 당시 직원들의 인건비를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하는 등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경영적자로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서 지역 주민들로부터의 외면은 물론 직원들도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시설과 장비도 노후돼 질 높은 의료서비스 또한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지역의 일각에서는 공공의료기관은 적자를 내도 되니까 공공의료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일부는 흑자경영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적자도 흑자도 아닌 손익분기점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두마리 토끼를 쫓기 위해 노력한 결과, 현대화사업도 완료하고 경영도 정상을 되찾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으나 그동안의 누적 적자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IMF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부실공기업 매각 등 민영화 정책에서 지방공사의료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 34개 의료원 중 몇몇 의료원이 민영화, 위탁경영에 들어가고 경영진단 결과가 열악한 의료원은 민영화 결정이 내려졌다. 오늘날을 가리켜 '격동적인 변화의 시대'라고 한다. 병원도 격심하고 가혹한 환경의 변화를 겪고 있다.

참여정부 의료 분야 정책의 중점은 전 국민 보건보장제도 시행, 진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의 보건서비스 제공, 공공의료 확대를 통한 포괄적 서비스 제공, 건강보험 재정과 경영의 조기 건전화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체계 평가는 58위에 머무르고 있다.전국 의료기관 병상수의 85%를 민간이 차지하고 있고, 보건의료 분야에 지출하는 보건복지부 예산은 정부 총예산의 3%가 채 되지 않고 있다. 저부담, 저수가, 저급여로 상징되는 의료보험제도도 '의료비 할인쿠폰'이라는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의료 급여대상자에게 본인 부담금을 받는 실정에 있다.

우리 나라 공공의료기관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수는 전체병원의 14%, 병상수도 10%에 불과하다. 각 공공의료기관의 관할부서도 보건복지부와 행자부 등으로 달라 체계적인 관리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성장률, 실업률, 경제고통지수 등 걱정스러운 수치가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현실에서 공공의료만 너무 강조한 점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어려운 경제환경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사회보장 구조개혁의 기반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격심한 환경의 변화에 그저 따라가거나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포착해 더 거센 변화에 도전해 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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