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서 영양탕까지 음식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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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떡볶이부터 영양탕까지.'

대전시 동구 28번지 '먹자골목'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많은 음식점이 몰려 있다.

떡볶이나 튀김 등을 파는 분식점에서 중국집, 냉면집, 삼겹살집, 설렁탕집 등 그 수를 헤아리는 데만 몇 분이 흘러갈 정도이다.

그래서 흔히 이 곳 먹자골목을 '음식전시장'이라고도 부른다.

한때 대전 최고의 음식 명소로 하루 1만 명 정도는 너끈히 찾아왔다는 '먹자골목.'

아침에 문을 열어 손님을 받기 시작하면 단 한순간도 쉴 시간이 없었다는 이 거리가 형성된 것은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중앙시장내 몇몇 판자집에서 순대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 곳은 6·25 전쟁을 거치며 60여개의 음식점이 군집했다.

이 많은 음식점에서 대전시민은 4·19 의거, 5·16 혁명 등 한국 현대사를 맞았으며 슬픔과 기쁨을 함께했다.

특히 지난 80년대 민주항쟁 시기에는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이 곳에서 소주와 막걸리로 최루탄의 찌꺼기를 씻어냈다.그래서인지 먹자골목에는 단골손님이 많다. 40∼60대의 중·장년층들은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이곳을 찾는다. 또 엄마 손을 잡고 떡볶이를 먹었던 꼬맹이 숙녀들이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는 대학생이 된 자녀들과 함께 예전의 그 맛을 즐긴다.

이 곳에서 2대째 백천순대집을 운영하는 윤미숙(49)씨는 "중앙시장의 쇠락과 함께 손님이 많이 줄어든 요즘에는 이러한 단골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이 중에서는 3대째 단골 손님도 있을 만큼 그 역사가 깊다"고 말했다.

먹자골목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만원 이상 되는 음식을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는 순대나 닭도리탕 등 성인 3∼4명이 먹을 수 있는 대(大)자가 8000∼9000원선일 만큼 싸다. 양이 많은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용돈이 궁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이 곳에서 허기진 배를 실컷 채운다.

먹자골목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분식에서 영양탕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한 예로 '먹자방' 같은 곳은 스넥류, 안주류, 식사류 등 50여가지의 메뉴를 팔고 있다. 오죽하면 이 집의 주인조차 "꽤 번잡하죠?"라고 되물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저렴한 가격, 다양한 메뉴, 엄청난 양 등의 많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 곳의 경기는 예전만 못하다.

백화점, 대형 할인점 입점으로 인한 중앙시장의 쇠락, 곳곳에 생긴 많은 음식점 등으로 이 곳의 고객들은 하나 둘 발을 끊기 시작, 이제는 대부분의 음식점이 단골로만 유지가 된다.

여기에 주차장이 없다는 것도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때 60여집이 넘었던 이곳은 현재 40여집이 남아 있고 그나마 문을 닫은 가게가 간혹 눈에 띌 만큼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먹자골목의 40여 개 음식점들은 중흥기를 기대하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중앙시장 살리기 운동'과 함께 펼쳐지는 이 곳의 홍보 캠페인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절대적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이렇게 몇 년만 지나면 먹자골목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겠지만 대전시나 동구청에서도 주차장 마련 등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뜨끈한 오뎅국물과 순대를 먹으며 옛날 추억을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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