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천샤오쉬(陣曉旭)라는 배우가 있다. '홍루몽'이라는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떠 국민배우 칭송을 받았다. 그녀는 베이징에서 큰 광고회사를 차려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이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며 화려한 삶을 버린 것이다. 함께 백만장자로 살던 남편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부부로서의 인연은 이쯤에서 끝내자'며 도반(道伴)의 길에 동행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솜처럼 가벼운 자유의 깃털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지난해 이맘 때쯤 42세의 나이에 세상과 결별하고 영원한 자유인이 되었다. 모든 걸 손에 쥘 수 있었던 달콤한 삶을 홀연히 떠날 수 있었던 그들의 선택, 자유인으로의 소망이자 용기였다.

▶"대통령 할 때는 욕만 하더니, 일 안 하고 노니까 욕 안먹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그런 '노통'의 인기가 퇴임 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낙향한 지 67일째. 김해 봉하마을에는 일일 평균 약 3000∼4000여명 정도의 방문객이 찾아 현재까지 2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왕의 귀환'으로 얻는 부가가치가 3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스로 촌사람이 다됐다며 껄껄껄 웃고, 농부는 '밥심'으로 산다며 국밥을 양껏 말아먹는 모습에 그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조차 호감을 느끼고 있다. 골프채 대신 호미를 들고, 비서의 양산(洋傘) 대신 밀짚모자를 쓰며, 방탄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포도주 대신 막걸리를, 풍성한 오찬 대신 새참을 먹는 전직 대통령. 손자·손녀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여유로이 시골길을 달리는 평범한 농투사니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일 반, 놀이 반, 먹는 거 반'이라고 근황을 전하는 그를 보면 정녕 자유인의 반열에 들어선 듯하다.

▶요즘 세간에선 지금의 MB보다 노통 때가 차라리 낫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혁신 없는' 혁신도시 흔들기와 균형 잃은 지역균형발전 담론, 물가 못잡는 물가정책 등에 지친 탓일 게다. 이런 와중에 미국 소떼를 몰고 온 MB를 보고 한 정당인은 "그렇게 값이 싸면 대통령께선 국물까지 다 드시라"고 했단다. MB 정부여, 잠시 불도저를 세우고 주변을 돌아보라. 국민과 지방이 무슨 죈가. 참여정부서 땅 팔고 농사 접고 눈물 흘리며 고향 떠난 사람들이 터 잡기도 전에 세상이 바뀌고 있다. 한마디로 한쪽에선 땅 파고, 한쪽에선 땅을 치는 형국이다. 혁신도시 보상도 진척돼 불도저 밀일만 남았는데 이래저래 '스톱' 상태고 균형발전정책과 세종시도 '맨땅'을 헤매고 있다. 참여정부의 각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시 쓸 판이다. 불과 2개월여 간극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처럼 정부정책들이 정권에 따라 계속 변덕을 부린다면 어찌 민심이 '행복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봄이 익고 있다. 초록의 채도가 높아지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계절이다. 이럴 땐 '마음의 감기'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 1년에 300만 명 정도의 한국인이 우울증에 걸린다고 하니 민심이 울병에 걸리지 않도록 정부여! 제발 스트레스 주지 말라.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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