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이 되거나 낙선한 사람 중에 L·J·L 등 최고의 행운을 잡은 5명이 있고 K·L·K 등 최악의 손해를 입은 5명이 있다고들 말한다.

그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

역시 민심이다. 정치인은 민심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배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기계공학처럼 민심을 표로 연결시키는 이른바 '정치공학'(政治工學)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충청도에 던져진 '행정수도'라는 공약이었다.

이것은 '호남+충청'의 절묘한 정치공학으로 이회창 후보를 2.6% 차이로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

마치 김대중(DJ)전 대통령이 김종필(JP)전 자민련 총재와 연합하여 승리를 했던 소위 'DJP연합'을 재현한 것과 같다.

수도권은 양분시키고 호남과 충청이 연합하면 영남표를 누르고 이길 수 있다는 것-그것이 10년간 통용됐던 '정치공학'이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정치적 동업자 안희정 씨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계속 집권을 하려면 낙동강 전선에 달려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 예견을 뛰어 넘어 텃밭인 영남표에다 서울시장을 하면서 다져온 수도권 표를 모으는 데 성공함으로써 '호남+충청' 대신 '영남+수도권'의 작전을 택한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충청표를, 정동영 후보는 호남을 분할함으로써 '호남+충청'은 무너졌고 인구가 월등히 많은 수도권과 영남표로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말하자면 투표에서도 '인천상륙작전'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충청권에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사실 그동안 충청도는 '포커판'의 조커'라고도 했고 '캐스팅 보트'라고도 하며 정권창출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충청도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

'이제 너 없어도 나는 살 수 있어' 하는 식이다.

새 정부 들어 그동안 수도권에 공장건설 등을 묶어 놓았던 규제를 풀어 주고 지방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됐던 혁신도시 건설도 대폭 수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도권은 대환영이다.

반대로 충남 논산에 오기로 했던 국방대학이나 경찰종합학교 등은 어쩐지 소식이 없다. 이러다간 행정도시 건설도 축소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이 높다.

또한 대전의 자존심으로서 '과학도시' 상징이 돼 왔던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이 퇴출과 다름없는 청산명령을 받았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 충청도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뒤에는 정부 핵심에 있는 사람들의 머리에 이제 충청도는 없고 수도권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대못질'이 있으면 뽑아야 한다. 그러나 대못을 잘 뽑아야지 오히려 탈을 낼 수도 있다.

과거 정권에서 'TK사단'(대구·경북)이 계속되더니 'MK사단'(목포·광주)이 등장했다. 그리고 'PK사단'(부산·경남)이 이어지고 충청도는 '캐스팅 보트'니 하며 으쓱했는데 이제 무엇일까?

거기에다 중앙의 몇몇 언론까지 수도권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말 지방은 기댈 곳이 없다. 요즘 모 방송국 TV연속극 '엄마가 뿔났다'가 시청률이 높다. 오직 순종하는 것을 삶의 전부로 알고 살아 온 엄마(김혜자 분)가 그 어느 시점, 분노를 폭발한다. 정말 우리 충청도가 뿔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완구 충남지사가 '특단의 선택도 결행할 수 있다'고 강한 경고를 했는데 이것도 그 신호일 것이다. ?

?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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