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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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1)


성종은 주요순야걸주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선정에 힘써 태평성대를 이룩한 반면에 질탕한 놀이를 좋아하고 여색(女色)에 미혹된 나머지 처첩(妻妾)의 질투 싸움에 휘말려 큰 화근(禍根)을 만들어 놓는다. 왕비 윤씨는 교만하고 질투심이 많고 히스테리컬한 미모의 여인으로 시어머니 인수대비에게 불순(不順)하고 후궁들을 가혹하게 다루다 성종의 얼굴에 손톱 자국을 냈다는 누명을 쓰고 마침내 합세한 인수대비와 후궁 정씨, 엄씨 등의 압력과 참소에 폐위되어 사약을 받고 죽는다.

신왕(연산군)은 계모 정현왕후를 생모로 알고 자라나 왕위에 오른 후에야 생모 윤씨가 폐비되어 죽은 사실을 우연히 알고 심병(心病)을 얻어 밤이면 어머니를 소리쳐 부르며 통곡하기도 한다. 생모의 사당(祠堂)을 세우려고 하지만 대간과 홍문관이 극력 반대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무오사화(戊午士禍) 때 대간과 홍문관을 대거 숙청하고 효사묘(孝思廟)를 이룩한다. 부왕 때의 연락(宴樂)과 음풍에 영향받은 신왕은 일찍이 부도덕한 호색취미에 빠진다. 에디푸스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왕은 이미 죽은 부왕을 미워하여 부왕이 사랑하던 사슴을 쏘아 죽이는가 하면 사슴사냥을 즐기며 사슴 고기를 식도락으로 즐기기도 한다. 생모를 사모하는 정이 병이 되어 큰어머니 박씨를 생모 대신으로 사모하여 근친간(近親姦)을 몽상하다가 마침내 박씨를 증(蒸)하였다는 추문이 돌게 된다. 신왕의 병적인 호색취미는 이때부터 억제력을 잃고 분류(奔流)와 같아진다.


"혜명(惠明) 스님, 밤이 되어도 더위가 수그러지지 않습니다."

"중복 허리에 이만큼 안 더우면 언제 덥겠느냐?"

"목물 안 하시렵니까?"

"캄캄해졌으니 목욕재계하고 선방에 들어야지. 정진(正眞) 비구니는 어디 갔느냐?"

"방금 반야(般若) 사미니하고 같이 샘터로 가면서 함께 가자는 것을 혜명 스님 모시고 가려고 이리 왔사옵니다."

"그래? 그럼 같이 갈까?"

"소승이 등 밀어 드릴게 같이 가세요."

"묘현(妙現) 비구니가 그래도 제일 날 생각하거든."

어스름 달빛이 비껴드는 여승방(女僧房) 뒤뜰에서 사제간인 듯 싶은 늙은 비구니와 젊은 비구니가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청가시나무 덩굴이 지붕처럼 덮고 있는 바위틈에서 청간수가 솟는 옹달샘가엔 먼저 온 비구니 서너 명이 희끄무레 한 나신을 드러낸 채 몸을 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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