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별' 삼성을 21년간 이끈 이건희 회장이 지난 22일 회장직에서 전격 퇴진했다. 그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혁신을 강조했고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라며 일류론을 외친 대한민국 대표 경제인이다. 그러나 99일간의 특검에서 차명재산이 4조 5000억 원에 달하며,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5643억 원의 차익으로 양도소득세 포탈 액수가 1128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직함을 내던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성찰'은 끝난 것일까. 일각에서는 경영투명성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특검팀의 '100일 천하'와 회장의 104일째 용단에 의문부호를 붙인다. 공룡재벌의 '자본권력'에 면죄부를 주고 면탈한 것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삼성문제는 불법승계, 비자금 조성, 불법로비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어리바리 끝나버렸다. 글로벌기업 삼성은 자정(自淨)해야 한다. 삼성의 추락에 굿판을 벌이고 있는 일본 경쟁사들의 얄미운 견제를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자본권력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세계의 별'이 될 수 있다.

▶공천혁명을 주도한 박재승 변호사는 "일반 국민은 구멍가게에서 우유 하나 훔쳐도 징역을 사는데, 불법정치자금을 수억 원씩 받은 사람들이 사면받아 금배지를 달면 되냐"고 비탄했다. 전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는 전두환 전대통령. 추징금 2205억 원 중 미납금은 자그마치 1670억 원이다. 정말 '뻔뻔한 장수'다.

쿠바 혁명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어린 시절 반항아였다. 열한 살 때 자신을 때리는 선생에게 달려들어 물어뜯고 발길질을 했다. 그의 반항심은 혁명정신으로 커졌고 게릴라전을 통한 반미좌파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10명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49년간 권좌를 지켰다. 하지만 그는 권력을 이용해 부를 쌓지 않은 인물이었다. 쿠바혁명 당시 절친한 동료였던 군사영웅 아르날도 오초아 장군을 부패혐의로 사형까지 시킨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국민들을 대하는 '권력'은 영 딴판이다. 보지 않겠다는 공중파TV 수신료를 '공공의 이름'으로 꼬박꼬박 받아가고 수도·가스요금이 밀리면 칼같이 끊어버리는 '눈물 없는 권력'이다. 그 혈세로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치우고 멀쩡한 책걸상을 고철로 만드는 나라이기도 하다. 법무부가 '법의 날(25일)'을 맞아 조사했더니 대부분의 국민들은 법보다는 재산이나 권력의 위력이 더 크다고 답했다. 예쁜 얼굴과 짧은 핫팬츠로 무장한 여자와 몸짱의 복근도 권력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텍사스 법원이 판결한 2235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죄를 지어도 예쁜 여성은 형량이 반밖에 되지 않았다.

권력이란 휘발성을 띤다. 그 오만방자한 힘도 언젠가는 누추해진다. 오래된 권력은 오래 입은 옷처럼 이물감이 없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종장엔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자본이든 정치든 권력을 누리는 자들이여. 항상 '마음의 거울'을 보라. 깨끗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단죄받는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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