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이 깨지고 있다. 관료사회 여기저기서 '방 빼' '짐 싸' 소리가 요란하다. MB 한마디에 치안공백을 비웃던 유괴범도 하루만에 잡혔다. 네티즌들은 '신출귀몰 홍길동 대통령', '현장 공무원 1호'라며 간만에 칭찬 릴레이가 쏟아졌다. 그래서 MB의 공직사회 군기잡기는 서슬퍼런 '칼의 노래'로 불린다. 이는 부처 통폐합과 공무원 3427명 감축에 따른 비가(悲歌)다. 그런가하면 출근시간을 1시간씩 앞당기는 얼리버드(early bird) 신드롬 때문에 '아침형 인간'이 양산되고 있다. 휴일에도 출근하는 '노 홀리데이'에 이은 제2탄 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하루가 27~28시간 같다고 하고,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산다고도 말한다. '서번트(servant·머슴)'라는 용어도 유행이다. 머슴처럼 섬김의 행정을 하자는 거다. 그러나 잇단 유괴·살인사건에 우왕좌왕하는 군기 빠진 공복(公僕)들을 보면 섬김은 둘째치고 자신들의 직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직장잡기는 더 괴롭다.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이후 듣도 보도 못한 신인류 종족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학기보다 더 바쁜 방학을 보내는 '공휴족(恐休族)'이 탄생했고, 쇼핑족(학점 따기 수월한 타 대학서 청강), 메뚜기족(명문대 편입),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이 생겼다.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을 미루는 대학 5년생인 '대5', 토익·취업강좌를 찾아 헤매는 노마드족, 사회진출에 실패해 학교로 돌아오는 유턴족, 편·입학을 거듭하는 에스컬레이터족, 연휴 때 귀향을 포기하고 0.5배의 수당을 받는 알바생의 이름 '점오배족'도 있다. 취직 대신 시집을 택하는 '취집' 붐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직장생활은 더 슬프다. 한때 숙취해소용 생선들이 이제 직장인들을 슬프게 하는 고기들로 명패를 바꿔달았다.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동태(한 겨울에 명예퇴직), 북어(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난 사람), 생태(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 노가리(입사도 하기 전에 정리해고)가 그것이다. 속을 달래야 할 생선들이 속을 아프게 하는 은어(隱語)로 바뀐 것이다. 그런가하면 직업 안정성과 보장성 때문에 전공을 버린 대학생들이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이 됐지만 이제는 '공포족'(공무원시험 포기족)이 돼가고 있다.

▶MB정부는 일자리 300만 개를 만들고 청년실업(100만 명 추정)을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88만 원 세대'(20대 근로자 중 95%가 평균 임금 88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 세대) 같은 변종의 일자리가 수만 개 생긴다면 그것 또한 비극적인 일이다.

총선이 코앞에 와 있다. 그 나라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의 수준과 같다는 말이 있다. 자기 지역구에 누가 출마하는지도 모르면서 소주집에 둘러앉아 정치인 품평회나 '뒷담화'에만 열 올려선 안 될 일이다. 달콤한 말잔치와 허울뿐인 공약으로 표심을 유혹하는 후보들을 이번 만큼은 제대로 심판하자. 일자리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내는 국회를 만들어야 '슬픈 종족'들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는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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