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의 현장을 가다]⑬ 천안천 복원공사

▲ 천안시 신부동 천안천 복원공사 현장. 복원이 완료되면 수심 20㎝ 물이 연중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아치형 목교와 인공섬 등이 눈길을 끈다. 천안=채원상 기자 asa@cctoday.co.kr
지난달 31일 천안시 신부동 천안천 복원공사 현장. 화창한 봄날씨 속에서 굴삭기와 공사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물길 만드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

현장에 들어서자, 하천 제방에서는 굴삭기 2대가 흙을 깎아내 쌓는 '경사면 고르기' 작업이 쉴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제방을 따라 산책로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봄볕에 검게 그을린 인부들이 와이어 로프로 '코이어 롤'을 조립해 땅속에 묻는 공사에 열중하고 있다. 직경 20㎝ 길이 6m 크기로 코코아 잎을 엮어 만든 '코이어 롤'은 호우시 연약해진 제방의 유실을 막아주고, 그 속에는 수변식물을 심어 식물의 활착을 도와주게 된다.

안서동 천호지에서 용곡동 원성천 합류지점을 잇는 길이 5.45㎞의 천안천 복원공사는 천안천과 원성천 2개 공구로 나눠 진행되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완전 통수된다. 총사업비는 580억 원이 투입되며, 천안시는 1단계로 지난 2006년 말 유량동에서 용곡동 천안천 합류지점을 잇는 원성천 복원을 완료했다.

현재 호안조성공사와 일부 구조물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천안천 복원공사는 반환점을 돌아 6부능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미 천안천을 가로 지르는 다리 16개 가운데 8개는 완공됐으며, 지난해 신부동 터미널 뒤편에 세워진 아치형 목교와 야간분수대는 벌써부터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도심의 흉물이었던 하상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도 마무리 단계다. 지금까지 뜯어낸 구조물만해도 1만 7000톤, 8톤 트럭으로 2000여 대 분량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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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천 복원에서 빼 놓을수 없는 것이 물이다. 건천인 천안천에 항상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천안시는 신방동 3단계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미 물을 끌어올릴 1.5㎞ 길이의 차집관로 이설공사와 상류에 가압펌프장 설치를 완료했다. 복원공사가 끝나면, 천안천에는 항상 20㎝ 이상 깊이의 냇물이 흐르게 된다. 수질은 2급수로 서울 청계천(2만 2000톤)보다 많은 양인 하루 3만톤을 천안천에 흘려보낸다. 또 물길을 따라 산책로(5.6㎞)와 친수광장 66곳, 경관조명시설, 체력단련장 등이 어우러진 휴식공간이 곳곳에 조성된다.

구간별로는 자연석을 이용할 식생호안과 인공폭포, 돌 징검다리, 비오톱(물고기 서식처), 생태관찰 습지원 등 자연친화시설이 만들어진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신부동 터미널과 천안역 서부광장 구간에는 하상 구조물을 철거 후 생태학습장과 테마분수 문화광장 등 휴식공간이 꾸며진다.

또 천안천과 원성천 전 구간을 연결하는 산책로(5.6㎞)와 자전거도로(5.7㎞)가 개설된다. 시는 천안천을 종전 획일적인 형태에서 역동적인 자연형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능한 자연재료를 이용한 시공으로 생태 서식공간을 회복시키고 자연과 인간이 어울릴 수 있는 '환경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정집현 현장소장은 "인공재료를 많이 사용한 청계천과는 달리 천안천은 자연재료를 이용한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다"며 "앞으로 1년 정도면 시민들이 천안천에 발을 담그고 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흉물 하천으로 전락한지 20여년 만에 다시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이 사업은 도시민의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도심 한 가운데 맑은 물이 흐르는 생태 휴식공간이 만들어지는 것 만으로도 천안시민에게는 큰 소득이다. 흉물스런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리에 수생식물이 살아나고, 도심에 물고기와 새가 찾아오는 자연생태계를 되살린 것 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도심 경관이 크게 개선되고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전망이다. 생태공간 복원 못지 않게 경제적 효과도 클 것이란 분석이다. 천안시는 천안천 복원으로 연간 직접효과 30억 원 등 수천억 원대의 직·간접적인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도 벌써부터 천안천 특수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 상인들의 천안천 복원에 대한 기대감은 훨씬 크다.

신부동 천안천 인근에서 냉면집을 하는 한성권(43) 씨는 "천안천이 복원되면 도심상권의 약점인 주말 매출 부족을 젊은층과 가족단위 방문객 등이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또 천안역 서부광장 주변 일대와 대흥·성정·봉명·와촌동 등 천안천 주변 낙후된 지역의 재개발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천안천 복원은 문화·역사·경제적으로 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중요한 사건이며 토착민들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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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무용 천안시장

"자연·인간·문화 숨쉬는 환경친화적인 하천될것"


천안천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천안의 한복판, 역사를 가로질러 온 천안천이 오랜 침묵을 깨고 생명의 숨소리를 다시 담으면서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다. 천안천이 깨어나고, 천안이 천안답게 바뀌면서 천안은 충청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로 기지개를 편다. 천안천을 되살려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대역사(大役事)의 중심에는 성무용 천안시장이 있다. 성 시장은 지난 2002년 7월 민선 3대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자신의 숙원이었던 도심하천 복원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해 2006년 원성천에 이어 곧바로 천안천 복원에 착수했다.

"천안천 복원은 문화·역사·경제적으로 천안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중요한 사건이며 토착민들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성 시장은 "천안천 복원의 의미를 쾌적한 명소를 시민들에게 만들어준다는 외형적 의미도 있지만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애향심을 갖게 하는 상징성이 더 크다"고 강조한다.

그는 "천안이 고향인 토박이들에게 천안천은 단순한 하천의 의미를 넘어 동심과 추억이 서린 곳"이라며 "자연과 인간, 문화가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 이 사업의 비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계천이 인공구조물을 많이 사용했다면 천안천은 가능한 환경친화적인 재료를 많이 사용해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조성됩니다."

청계천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성 시장은 이같이 말하고 "사업이 완공되면 청계천을 뛰어 넘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자연하천 복원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천을 천안시민의 자랑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천안천 복원에 대한 강한 애정이 묻어나온다.

천안=전종규 기자 jjg2806@cctoday.co.kr

사진=채원상 기자 a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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