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스 아메리카! (미국에 축복을 주소서)를 노래하라고 정부는 요구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갓 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이다."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확 긁어버린 이 말은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이 한 말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며 어쩌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버락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인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가 한 말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인기가 급속히 떨어져 대선가도에 붉은 불이 켜졌다.

인종차별과 노예제도의 역사적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흑인들에게 '갓 댐'은 할 수 있는 소리다.

그러나 민감한 선거의 시기에 터져 나온 '갓 댐'은 분명 '말 폭탄'이 되고 있는 것.

우리나라에도 '말 폭탄'은 무수히 많았다.

15대 국회 말 소설가 출신 국회의원이던 김 모 의원이 한 정치집회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비난하다 그 유명한 '공업용 미싱' 발언을 한 것도 대표적인 케이스.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이 거짓말 한 사람의 입을 그 횟수만큼 꿰매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해서 바늘로 꿰맬 수는 없고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박아야 한다는 것이 발언의 내용이었다.

가히 '말 폭탄'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소속 정당과 국회에서 난리가 났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정치집회에서 소설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한 말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급기야 김 의원은 피소되어 법정에 서야만 했다.

논리도 없이 감정에 뇌관을 심는 '말 폭탄'은 언제나 정치 문화의 발전에 역작용을 해 왔다.

'우리가 남인가'의 신조어를 탄생시켜 지역바람을 이르켰던 1993년 대통령 선거 때의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도 그랬고, 1995년의 지방선거 때 소위 '핫바지' 사건 역시 말 폭탄이 빚어 낸 후진국형 정치문화의 모습이었다.

며칠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에 내려가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말로 전국적인 화제가 되고 있고 특히 그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는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시비 등을 일으키는 일본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하여 외교적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사석에서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국가원수로서는 언어의 품격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대했던 사람이나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그의 언어구사의 품격이었다.

대통령의 입에서 '세금 폭탄'이란 말이 적합한가? 그리고 '대못질'이니 '깽판'이니 하는 어휘도….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고 언어는 그 민족의 수준이라고 한다.

닉슨 미 전 대통령이 워트 게이트 사건으로 쫓겨날 때 영국의 '더 타임즈'등 언론이 적극 가세한 것은 닉슨이 영어의 품위를 추락시켰다는 이유였다.

특별검사에 제출된 닉슨의 비밀 녹음 테이프에 야한 속어가 적나라하게 사용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말은 폭탄이 되기도 하고 독침이 되기도 하며 가슴과 영혼에 생기를 주기도 한다.그래서 부부, 친구, 가족 그리고 우리 직장과 사회에 사랑과 힘을 주기도 하고 그것을 파괴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번 4월 9일 총선까지 '말 폭탄'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