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환경 파괴등에 개체수 급감… '낙원' 명성 무색

철새들의 낙원 천수만을 찾는 여름 철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뜸부기와 흰물떼새, 꼬마물떼새의 개체수 감소는 물론 천수만에서만 관찰되는 장다리물떼새의 서식지도 크게 좁아져 번식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18일 지역 조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들어 천수만에서 발견된 여름철새 중 지난해와 비슷한 개체수를 유지한 것은 장다리물떼새가 32쌍으로 유일하다.

그러나 이 수치도 작년 40여쌍보다 8쌍 이상 적어 감소 추세였다.

호사도요의 경우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부화 중인 암컷이 겨우 5마리만 발견됐다.

25쌍이 서식 중인 흰물떼새를 비롯 꼬마물떼새의 개체수도 고작 10여쌍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뜸부기의 경우는 수컷만 10마리 안쪽에서 관찰될 정도로 매우 희귀해졌다.

문제는 4, 5월 크고 잦은 비로 새들이 대부분 번식에 실패한 데 심각성을 더한다.

강 주변 모래톱에 둥지를 마련하는 흰물떼새의 경우 25쌍 중 단 한곳만 부화 중이며 꼬마물떼새의 번식률도 5% 미만으로 조사됐다.

조류생태 전문가 김현태(서산여고 교사)씨는 "200여쌍이 발견된 쇠제비갈매기의 경우 1차 번식에서 100%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쇠제비갈매기는 모두 2차 번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산발적으로 이뤄지는데다 맹금류 공격과 장마철을 앞두고 있어 성공률은 높지 않다.

이같이 천수만을 찾는 여름철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서산 AB지구의 개별영농 본격화가 이곳의 서식환경 파괴를 불러온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급격히 늘어난 고독성 농약 살포는 새들의 번식과 먹이부족 현상을 불러 왔고 이는 곧 개체수 감소로 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차량통행이 증가하면서 도로 가장자리의 모래톱에 서식하는 흰물떼새 등의 둥지가 상당량 파괴된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새들의 서식지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집중되고 호우과 같은 재해시 대부분의 둥지가 한꺼번에 파괴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철새사진 전문작가 강완규(서산시청)씨는 "새들이 서식환경을 찾아 한곳으로 집중되면서 4, 5월 집중호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대부분 번식에 실패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철새들은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영농법인 경작지에 집중된 장다리물떼새와 뜸부기도 서식환경이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몇년 내 이 새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힘들 것으로 지역 조류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뿌리 뽑히지 않는 밀렵과 탐조객들의 무분별한 출입도 큰 문제다.

천수만이 세계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알려지면서 이곳에 상주하는 탐조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더 큰 문제는 여름철새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겨울철새 보호와 관련된 생물다양성 관리제를 보완, 개별 영농민들의 출입과 농약살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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