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외식1호 자장면의 60년대 가격은 15원이었다. 70년대에 200원, 80년대 500원, 90년대에 1300원하다 요즘은 2500∼4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 '검정 유혹'은 입학·졸업시즌은 물론, 생일이나 이사 가는 날 단골메뉴였고 노동의 여진을 풀기 위한 노공(勞工)의 한 끼였으며, 보초를 서면서도 춘장의 맛을 못 잊어 입맛을 다시게 만든 음식이었다. 그런가하면 북극해 횡단을 마친 산악인 허영호가 귀국 후 자장면 집으로 줄달음하게 만든 중독성 기호식품이다. 그런 추억의 자장면이 최근 500원 정도 올랐다. 동전 한 닢 오른 것을 두고 웬 호들갑이냐고 할지 몰라도 자장면값은 서민물가의 척도다. 한 해 3000만 그릇, 8000억 원대가 팔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장면, 그 한 그릇의 끼니가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장바구니 들고 쇼핑해본 사람은 안다. 요즘 물가가 얼마나 미친 듯이 뛰고 있는지. 한 개에 500∼700원 하던 무는 1200원, 쪽파 한 단은 1000원에서 2500원대로 뛰었다. 오이 세 개는 800원서 2000원, 삼치 한 마리는 800원서 1800원으로 배 이상 오르며 소비자 고통지수를 3년 내 최고치로 만들었다. 짬뽕(7.9%), 볶음밥(6.2%), 탕수육(3.1%)도 뛰었다. 칼국수, 라면, 튀김닭, 피자, 스테이크, 스파게티, 돈가스, 삼겹살도 서민들의 눈물을 쥐어짜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같은 기간 맥주, 소주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것. 열 받는 김에 소주라도 마셔야지 그것까지 올랐다면 서민들 욕깨나 먹었을 법하다. 당신이 잠든 사이, 그렇게 물가와 혈압은 팍팍 오르고 있다.

▶서민물가는 뜀박질하는데 되레 '부자물가'는 고공낙하 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연탄, 붕어빵, 라면, 김밥은 팍팍 오르는데 고가 수입차, 중·대형차 보험료, 고가의 신사정장은 팍팍 내리고 있다. 서민 살림은 링거 한 대 못 맞으며 죽어나는데 부유층의 명품소비는 살판났다.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강금실(강남의 금싸라기땅을 실제 소유한 사람)이 뜨고, S라인(서울시청 출신), T라인(테니스 인맥)이 뜨는 시대에 양극화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는 4%도 안 되게 올랐다며 태평하게 계산기를 두드린다. 딱히 개입할 물가대책이 없어 공공요금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생쥐깡(새우깡), 칼참치(칼날 나온 참치 캔), 벌레면(라면), 곰팡이 밥(즉석밥)이 나오는 세상에 '양심없는' 물가만 상한가를 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열심히 저축하는 짠순이와 열심히 절약하는 짠돌이도 장바구니 물가를 감당하지 못한다. 로또 외엔 방법이 없다는 푸념 섞인 말도 나오고 가계부엔 주름살 목록도 새로 생겼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라'며 자린고비 작전을 써보지만 저 치솟는 물가를 누가 당하랴. 서민들은 월급 빼고 모두 오른다고 한숨뿐인데 대한민국은 온통 '총선 후보 감정가'에만 매달려 있다. 하루빨리 '총선놀음'이 끝났으면 한다. 민심은 무심한데 표심잡기에만 혈안이 된 정치, 서민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양 선거 때만 알랑방귀 뀌는 정치, 그런 정치쇼가 밉상인 것은 살기가 그만큼 버겁다는 반증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정치는 그야말로 단순하다.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이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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