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의 현장을 가다]⑪ 제천시 자원관리센터

▲ 제천시는 국제규격의 잔디축구장과 생태공원 등 각종 주민편익시설 조성공사를 오는 5월 완공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해발 400m에 위치한 제천시 신동(동막골) 625번지 일원.

인적 뜸한 산골짜기에 불과했던 이 곳(77만2513㎡)은 최첨단 설비를 갖춘 쓰레기종합처리장과 시민을 위한 각종 편익시설이 공존하는 '친환경적 자원관리센터'로 조성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주민 공모를 통해 부지를 선정하는 등 조성 전부터 '님비현상'을 극복한 모범사례로 꼽히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제천시자원관리센터'가 착공 6년 만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5월이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제천시 자원관리센터를 자세히 살펴봤다.

◆'친환경 쓰레기 종합처리장'

자원관리센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매립시설과 침출수 처리시설, 재활용 선별시설, 소각시설, 음식물사료화시설은 지난해 모두 완공됐다. 이 가운데 매립·침출수처리·재활용 선별시설은 같은 해 11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나머지 소각시설과 음식물사료화시설은 4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시험 운영이 한창이다. 제천시 자원관리센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환경 오염 없는 '쓰레기 종합처리장'이다.

이곳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쓰레기를 한데 모아 태우고, 재활용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가축 사료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대표적인 '친환경 자원 순환형 시설'이다. 쓰레기를 태울 때 생기는 폐열을 음식물 건조와 소각·관리동 난방 등에 활용한다는 점도 돋보이는 점이다.

친환경 쓰레기종합처리장은 매립시설 면적이 2만 9980㎡, 매립용량은 25만 9410㎥에 달한다. 제천에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를 11년 동안 매립할 수 있는 규모다. 침출수처리시설은 하루 평균 260톤, 재활용 선별시설은 30톤, 소각시설은 50톤, 음식물사료화시설은 20톤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자원관리센터 1단계 사업에 투입된 사업비는 모두 279억여 원. 시는 쓰레기 발생량을 감안해 2·3단계로 시설을 늘릴 경우엔 향후 80년 이상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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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현상' 극복한 모범 사례

자원관리센터 부지선정 과정은 '님비(혐오시설 기피) 현상'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제천시가 내놓은 갖가지 지원책과 주민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노력의 열매다. 기존의 고암쓰레기 매립장이 2008년 포화상태를 맞아 새 매립장 건설이 절실했던 시는 지난 2003년 시내 마을을 대상으로 부지를 공모했다. 시는 이른바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조건으로 주민발전 기금 30억 원을 내놓고, 주민숙원사업을 최우선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우리 마을에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해 달라'며 6개 마을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시가 내놓은 현실적인 지원책과 '환경오염 없는 최첨단 처리시설'에 대한 신뢰를 심어 준 게 주효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혐오시설 등이 들어서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님비(NIMBY) 증후군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 이유이기도 하다.

시는 또 주민들을 유급 감시요원으로 위촉하는 등 고용촉진도 약속했다. 혐오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이름도 '자원관리센터'로 바꿨다. 입지선정위원회도 환경단체, 시의회, 각계 전문가 등 민간인으로 구성해 객관성을 확보했다. 주민설명회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같은 해 10월, 해발 400m의 골짜기 신동 '동막골'이 최종 선정됐다.

◆음식물쓰레기, 사료로 재생산

자원관리센터 매립장은 '21C 최첨단 공법'으로 시공돼 쓰레기 및 침출수로 인한 민원이나 지하수 오염 우려가 전혀 없다. 센터 내에 들어선 모든 시설의 상호 연계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와 운영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센터 내 모든 시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효율 극대화와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쓰레기를 태워 남은 재를 매립하기 때문에 매립장 사용 기간도 최대로 늘릴 수 있다. 시는 매일 복토(15㎝)를 실시해 가장 안정적이고, 위생적으로 매립장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쓰레기를 태울 때 생기는 폐열을 음식물 건조와 관리동 난방, 유리온실 등에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해 사료로 재생산하면 하루에 2톤 정도를 농가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선별 자동화시설 설치로 인력 절감도 기대된다. 시는 15명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자동선별시설이 없었던 고암동쓰레기매립장 시절엔 최소한 55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했다. 축구장과 썰매장 등 부대시설을 활용한 주민편익 제공과 관광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이 시설들을 의림지와 박달재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할 경우,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편익시설 조성으로 지역 업체 참여와 고용창출도 늘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편익시설과 지역의 역사문화유적지와 연계할 수 있는 관광자원도 발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지시설 완벽 환경오염 걱정 없다

매립장과 음식물처리시설에서 생기는 침출수는 1차로 침출수처리장에서 처리된다. 이렇게 처리된 침출수는 자원관리센터와 환경관리사업소 간에 매설된 관로를 통해 2차 처리 후 방류된다. 이 때문에 침출수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쓰레기도 섭씨 850∼950도 상태에서 태우기 때문에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시가 세계 각국에 조성된 선진 처리시설들을 일일이 돌며 배워 온 '노하우'다.

시 관계자는 "다이옥신 배출 검사를 의무적으로 1년 한 번씩 받아야 한다"면서 "만약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될 경우엔 소각을 즉시 중단하고, 세부점검을 통해 이상이 없을 때에만 다시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센터 조성 전에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받았고, 사후환경영향평가 조사까지 통과해 환경청에 보고한 상태다. 가동 중에도 5년마다 사후환경영조사를 실시하는 등 환경오염에 철저를 기할 방침이다.

시는 또 풍부한 녹지대를 만들어 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매립 완료 후에는 주변과 연계한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매립지 상부에는 야생초 화원과 생태연못, 전망대, 파크골프장, 수변 및 습지 생태계 탐방공원 등 풍부한 녹지대를 꾸밀 예정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센터 내 모든 시설은 오·폐수 및 건설폐기물, 대기 및 수질, 악취방지법 배출허용 기준 등 관련법에 따라 철저히 적용, 운영되기 때문에 오염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5월에 국제규격 축구장 등 편익시설 완공

자원관리센터에는 처리시설 외에 주민들을 위한 각종 편익시설들이 들어선다. 오는 5월까지 이곳엔 국제규격의 잔디축구장 2면, 눈썰매장 등 체육공원과 생태연못, 야생화단지 등으로 이뤄진 생태공원이 조성된다.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열대식물을 재배하고 곤충 등을 키우는 온실도 들어선다. 이 온실은 청소년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로써 오는 5월이면 최첨단 공법으로 시공된 쓰레기종합처리장과 각종 주민편익 시설이 한 데 어우러진 '친환경 쓰레기종합처리시설'이 조성 6년 만에 완전한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제천시가 '환경오염 걱정 없이 쓰레기를 처리하겠다'고 약속하며 세운 '백년대계(百年大計)'가 완성되는 셈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잔디축구장이 완공되면 전국 규모의 대회를 유치하는 등 이곳을 정규 스포츠 시설과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생태공원은 주변 관광지와 연계, 대표적인 생태환경관광지로 가꿀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종 전국대회 개·폐회식 때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축구장(메인스타디움) 1면과 풋살구장, 다목적구장은 주차 공간이 부족해 짓지 않기로 했다. 시는 대신 이 곳을 오는 7월 말까지 대규모 주차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인터뷰]엄태영 제천시장

2·3단계 조성사업 완료땐 80년간 쓰레기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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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관리센터 조성 사업을 평가한다면.


"전국 최초 주민공모제를 통해 부지를 확정해 착공에서부터 완공까지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수많은 민원으로 인해 쓰레기처리장 건설이 10년 이상 미뤄지고 있지만, 제천시민은 달랐다. 모든 시민이 화합·단결해 전국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민 모두가 자긍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자원관리센터 조성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전국적으로 쓰레기종합처리장과 편익시설을 동시에 갖춘 곳은 제천시가 유일하다. 2·3단계 조성 사업을 통해 향후 80년까지는 환경오염 없이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재생산함으로써 농가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국 규모의 축구대회 유치와 편익시설과 관광지를 연계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쓰레기 처리시설 문제로 힘든 지자체에 조언한다면.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쓰레기 처리시설 설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주민을 참여시키고, 열린행정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의사를 결정하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교수, 주민, NGO 대표 등을 참여시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선진지 견학도 중요하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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