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충남지방경찰청장

경찰이 되기 전 경찰서나 파출소 앞을 지나가는 게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술이라도 한 잔 걸치면 더 그랬다. 일부러 길을 돌아서 가기도 했다. 시경이니 도경이니 하는 곳이 경찰기관이라는 것은 알았어도 무얼 하는 지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경찰은 먼 곳에 있었다.

1981년 봄 경찰에서 일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상의하자 딱 한 분을 제외하고는 반대했다. 소문이 퍼지자 너도나도 찾아와 말렸다.?
1974년 9월 2일 사무관 생활을 시작했다. 만 6년이 지났으니 서기관도 될 텐데 무엇 때문에 가느냐는 것이다. 그러다가 1981년 12월 31일 경정이 됐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경찰이 힘든 직업임을 깨닫는다.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고된 직업임을 실감한다. 내가 이러니 일선 현장을 누비는 우리 경찰관들은 오죽할까 생각하면 안타깝다.

사람 열이 도둑 하나 잡기 어렵다고 하듯이 범죄의 예방과 범인의 검거란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그래도 해내야 한다.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바로 그 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 여러 가지 난관을 이겨내며 해내야 한다. 경찰은 안심과 안정과 안정을 서비스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이 안심과 안전과 안정은 경찰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 공히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참여와 투자가 필요하다.

치안은 우리가 공유하는 사회간접자본이다. 우리가 더불어 함께 가꾸고 일궈 나가는 지역사회의 공동자산이다. 양호한 상태의 치안이 가져오는 것은 건강하고 편안한 사회이다. 관광도 활성화된다. 이 건강과 평안, 관광의 혜택을 같이 누리려면 참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사건과 사고의 예방에는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규를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법규를 준수함으로써 나 자신은 물론 상대방, 나아가 공동의 피해가 최소화된다. 자위수단과 자위시설은 내가 나 자신을, 가족을, 사업을 스스로 지키는 일이다. 투자하면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

범인 검거에도 신고와 제보가 절대적이다. 우리는 신고와 제보를 밀고로 의식하는 측면이 있다. 불법과 위법을 신고하고 범법자를 제보하면 범죄 발생률이 줄어들고 검거율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안심과 안전과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우리 경찰관의 의식도 전환돼야 한다. 치안을 인력에만 의존하는 인해전술식 경찰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 장비의 위력, 시설의 효과를 자꾸 설명하고 납득케 해 확충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지역주민과 함께 협력치안에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과 정직이 긴요하다. 한마디 말과 자세에도 성실함이 깃들어 있으면 친절이 함께하고 상대방은 감동받기 마련이다.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라고 하듯이 정직하면 일처리가 공정하고 투명해진다. 나 자신부터 성실과 정직을 여일하게 실천해야 한다.

21년 전 경찰 초년병 시절을 돌이켜 비교해 보면 금석지감을 느낄 정도로 변했다.
경찰사랑은 지역사랑이다. 지금과 같은 사랑에 조금만 더 애정을 보태 충남경찰의 등을 조금만 더 두드려주고 격려해 준다면 신이 나겠다. 커다란 힘이 돼 더 멋진 충남경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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