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대통령이 바뀌는 날이다. MB가? 입성하고 '민간인 MH'는 낙향한다. 노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은 지금 걸판진 축제준비로 들썩이고 있다. 동네잔치가 아니라 빅쇼 수준의 레퍼토리다. 노(盧)는 오래전부터 그 곳에 터를 사들이고 집을 짓고 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산 495억 원이 투입돼 농촌 관광 테마마을도 조성되는데 그 규모 또한 '놀랄 盧'다. 대통령 사저와 종합복지관, 생태연못은 기본이고 여느 촌락에선 엄두도 못내는 '화려한 옵션'들로 가득하다. 마을마당엔 수양버들이 춤을 추고 붓꽃, 부처꽃이 피며 마을길은 살구·자두·느티·회화·팔배나무가 늘어선 꽃동산으로 조성된다. 사저 뒷산인 봉화산 일대는 산림경영 모델숲으로 선정돼 30억 원이 투입되며 습지보호구역 화포천에는 60억 원을 들여 생태체험장을 만든다.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 대통령의 낙향에 꽃방석을 깔고 있다.

▶노 대통령은 '노통'이라 불렸다. 탈권위주의를 표방한 까닭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PP(프레지던트 박)라 불렸고, DJ 김대중, YS 김영삼, JP 김종필로 불렸다. 이명박 대통령도 닉네임 MB로 불린다. 노통은 정권 내내 부침(浮沈)과 파란(波瀾)을 겪었던 탓에 호통 치는 일이 잦았다. 조용한 카리스마가 필요했으나, 노통은 '엄청난 자기확신' 때문에 스스로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내렸다. 소통하지 않고 호통 치는 그의 주변은 립서비스에 강한 사람들로 '인의 장막'을 이뤘다.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들이 넘쳐난다는 구설수도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낙향 열차인 서울발 KTX에 동승할 현 정부 장·차관을 물색해 보니 한 자리 숫자에 불과했다. 인생무상, 정치무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아무튼 한 편의 드라마처럼 대통령이 돼, 한 편의 콘서트처럼 귀향하는 대통령의 5년간 노고에 충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누구나 낙향한다. 한 줌의 흙이 되어서라도 낙향한다. 민초들은 배고픈 일상과 신물 나는 세상의 부대낌이 싫어 낙향을 택한다. 그러나 괴나리봇짐에 '이름 석자' 초라하게 짊어지고 낙향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물며 논밭뙈기 한 평 힘겹게 일구는 민초들의 삶을 외면하며 호사 부리는 귀향은 더더구나 볼썽사납다. 다소 가난하지만, 다소 문명과는 떨어졌지만, 호젓하고 여유있는 '소박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택하는 것이 낙향인게다. 아직도 많은 민초들에겐 낙향해서 일굴 한줌의 땅과 한 움큼의 씨앗조차도 없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재단이나 만들고, 연구소나 차려 추종자들과 못다한 진보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뒤풀이'를 해서는 안된다. 포퓰리즘(populism)을 통한 입바른 정치, 훈수정치도 금기다. 퇴임 후 더 빛난 지미 카터(노벨평화상 수상)처럼 국가 성장동력을 위해, 공공의 정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리더십은 쇼맨십이 아니다. 말(言)의 정치를 끝내고 초야를 달리는 말(馬)의 동력처럼 통큰 활약을 기대해본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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