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삼성그룹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지만 창업주 이병철 회장 생존시 숨어 있는 인사의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입사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한 사원은 불합격시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평생 회사에 재직하는 동안 자신이 수석합격이라는 자만심에 사로잡혀 사내 총화에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답이다.

오히려 가까스로 커트라인을 통과해 합격한 사원이 더 충성심을 발휘한다는 것.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승리한 이명박 당선인이 이제 출범 1주일로 다가왔다. 더욱이 그는 성과제일주의가 생명인 대기업 CEO출신이다. 이쯤에서 행여 '수석합격'의 자만심이 가져온 '유혹'은 없었는지 출발에 앞서 일단 멈추고 숨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정부기구 축소나 공기업 민영화 같은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한반도 대운하사업 1년 내 착공 이라는 것이나 앞뒤 생각 않고 불에 탄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을 국민성금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국민여론에 부딪혀 쩔쩔매는 것이 '수석합격'이 가져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닌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 지금 대운하에 대한 찬·반이 만만치 않다. 여론기관 조사에 따라서는 반대가 훨씬 많은 경우도 있고 학계와 종교계의 반대 목소리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두바이는 사막이지만 운하를 뚫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막을 뚫는 것과 70%가 산악지대인 우리와는 다르다. 특히 강물에 식수와 농업용수를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토는 엄연히 다르다. 오히려 사막은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에서 보듯이 가능한 일이다.

물론 대운하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서두르지 말고 철저히 검증을 하자는 것이다. '밀어 붙이기'나 서둘면 국민은 불안하다. 따라서 비교적 운하로서의 문제점이 덜한 금강운하부터 시험적으로 검토 연구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절대적 왕권을 가졌던 세종대왕이지만 정책을 세워 추진하는 데는 신중했다.

성삼문(成三問)을 13번이나 중국학자에 파견하는 등 오랜 시간 한글을 연구하고 만들었으나 3년 동안 더 잡고 다듬질을 한 끝에 1446년 비로소 반포를 했다. 그러고서도 '용비어천가'를 지어 한글의 실제 쓰임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했다.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하는 한글도 그렇게 다듬질을 했는데 대운하 역시 후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한글을 제정, 반포하는 것에 못지않게 다듬질이 필요하다. 숭례문의 화재사건에서 보듯 일이 터지고 후회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난 두 달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쏟아낸 정책들도 그런 감이 있다.

전국을 영어권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영어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데는 의욕이 너무 지나쳐 준비가 부족했다는 소리가 높다.

박물관 무료 입장이나 외래어표기법 개정 같은 것이 인수위에서 나왔을 때 '국민들이 정말 필요하고 절박한 정책이다' 하고 박수를 쳤을까?

오히려 그런 것은 뒤로 미루고 지난 10년 바닥을 헤매어 왔던 우리 경제에 국민들이 희망을 갖도록 '올인'하라는 소리가 높았다.

특히 정치에서 새 정부는 과거 편가르치기 정치, 코드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 큰 정치를 보여야 한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이라는 말도 새 정부가 갖기 쉬운 유혹이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것도 일부 측근의 언행에서 그런 오해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새 정부 - 정말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 같은 큰 정치를 기대한다. <본사 회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