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동안 '눈물의 비'가 내렸다. 살수차는 불을 삼키지 못하고 물만 다섯 시간 동안 퍼부었다. 임진왜란 촉살에도, 일제의 칼날에도, 6·25 포탄에도, 서울 한복판 '폐암 걸린 매연'에도 살아남았던 숭례문이 잿더미가 됐다. 대한국민 600년 자존심이 5시간만에 타버렸다.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은 조선왕조가 한양 천도 후인 1395년에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 불을 막으려 지은 숭례문을 불로 잃은 셈이다. 추사 김정희가 해 저무는 줄 모르고 우뚝 선채 황홀하게 쳐다보았다던 양녕대군의 현판도 광인(狂人)의 5분극에 질식했다. 대한의 혼불이 스러졌다.

▶46년간 국보1호 보험금은 고작 9508만 원. 방재 우선순위도 48번째였다. 웬만한 상가의 연간 보험료(20만~30만 원)에도 못 미친다.경복궁의 보험가액은 152억 원,창덕궁 91억 원,덕수궁 69억 원, 불국사·석굴암 191억 원,수원 화성은 113억 원이고 '금동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은 400억 원이다.박물관과 미술관 198곳은 9458억 원의 보험에 들어있다. 일본이 국보와 문화재 보존에 해마다 2000억 원을 쏟아 붓는 것과 비교된다. 이 뿐인가. 국보 1호를 지키는 경비(警備)는 공무원도, 경찰도 아닌 한 달에 30만 원 주는 텔레캅이었다. 공짜로 5년간 지켜주겠다는 조건에 혹해서 말이다.

▶섬처럼 고독했던 숭례문. 불처럼 온화했던 숭례문. 다 잃고 이제야 허겁지겁 숭례문을 원형대로 복원하겠다고 하지만 600년 민족정신은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복원이 아니라 '짝퉁'이기 때문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명품 소나무 금강송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 영동(嶺東) 지역에 20만 그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기둥에 쓰일 지름 1m 이상의 금강송을 확보하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광화문의 대들보, 서까래, 문설주 등 복원에 쓸 금강송을 구하기 위해 백두대간 일대를 봄부터 초겨울까지 샅샅이 뒤져 겨우 26그루를 찾았다. 그러나 그중에서 지름이 90㎝ 이상 되는 것은 단 2그루에 불과했다. 한순간의 방심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새까맣게 태우고, 이래저래 우리네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

▶'주연 이명박, 조연 노무현, 삼류배우 유홍준.' 숭례문을 개방하고, 화재관리를 '레임덕'하고, 실무를 등한시한 '대한민국 배우'들이다.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은 북을 울리며 100년 만에 숭례문 빗장을 풀었다. 숭례문이 훨훨 탈 때 문화재청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랍시고 프랑스로 날아가 탁상공론에 빠져 있었다. 대한민국 문화재관리의 현주소를 보여준 2008년 2월 10일 문화국치일(國恥日). 복원비 200억 원을 국민들에게 십시일반하자는 MB. 문화재관리를 '열불'나게 하는 이 시대 관리(官吏)들, 어디 국민이 뒤치다꺼리나 하는 봉인가. 하여튼 개판이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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