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본명 최홍기·61)가 허리띠를 풀었다. 와병설에, 잠적설에, 후배 부인·여배우 염문설에, 급기야 야쿠자 연루 신체훼손설에 시달리다 13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기자회견 60분 내내 그는 한 편의 '호러쇼'를 하듯 분노했다. 그는 "꿈도 사라지고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2년 전 그의 공연에서 본 '혼(魂)의 콘서트'는 멀쩡한 스타를 반쯤 죽여 놓고 바지 지퍼를 내리게끔 만드는 '혼나간 퍼포먼스'로 돌변해 있었다. 40년간 최정상에서 무대를 지켜온 가수를 한 방에 보낸 말의 폭력. 舌 … 說 … 설마가 끝내 사람을 잡았다.

▶그러나 어디 이 황당한 엽기괴담이 어제오늘의 일인가. 70년대 미녀스타 정소녀는 흑인 대통령의 아이를 낳았다는 루머를 20년 동안 귀에 달고 살았다. 트로트 스타 주현미는 1994년 에이즈에 걸렸다는 '카더라 통신'에 가슴앓이를 하다 소리 소문도 없이 무대 뒤로 떠났다. 장동건-최지우 결혼설, 변정수 사망설, 김태희 결혼설, 여배우 K양의 재벌아이 임신설…. 이 정도는 호사가들의 '개그' 수준이다. 살을 붙여 소문을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무르팍 도사' 강호동은 악성루머의 단골이었다. 육중한 체구 덕분에 여배우의 가슴 보형물을 터뜨렸다는 '가슴팍 시린' 소문도 돌았고, 자장면집 여배우 밀회, 한강변 카섹스 등 황당무계 스토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어떤 여배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이를 낳았다는 괴소문(개소리괴소리)에 시달렸고, 대기업 회장의 아들을 낳고 아파트를 받았다는 한 여배우는 홀연 조국을 등졌다.

▶나훈아 괴담은 대중과 언론의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의혹이 소문으로, 괴담이 악담으로 커지는데 '공신'이자 역신 역할을 했다. 'e판死판' 인터넷의 난장판 입방아도 그런 이유에서 책임을 벗어나지 못할 듯 하다. 처음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냐"며 심증을 붙이고 "어디 어디서 봤다"라며 물증을 덧댄다. 종장엔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달리며 이 비극적인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탤런트 정다빈(정혜선), 가수 유니(허윤)도 '소리없는 살인자', 그악스러운 악성 댓글에 청춘의 꽃을 떨구었다. 아직 대한민국의 대중 심리는 연약하다. 아직 대한민국엔 귀 얇은 '팔랑귀'가 많다. 소문에 민감하고 소문을 맹신하는 '팔랑족' 말이다. 허경영의 이바구에 농락당하고 이제야 '허걱'하고 발을 빼는 비겁한 말공장 세상. 허경영은 돌풍이 아니라 허풍이었다. 잘 속는 대중이 많기에 잘 속이는 '뻥쟁이'들이 양산되는 법이다.

▶설이 코앞이다. 민족의 명절, 설엔 만남도 많고 얘깃거리도 많다. 더구나 수다통신, 카더라 통신, 유언비어통신이 방방곡곡 전파를 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설엔 설(舌) 조심…, 설(說) 조심 하자. 복(福)주는 얘기, 덕(德)되는 얘기만 하자. 남에게 상처주는 '노가리', 뒷담화는 '퇴출'시키자. 제발….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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