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구라를 까던 김구라가 떴다. 거침없는 그의 이바구는 듣는 이로 하여금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세상의 입들을 대신해 솔직하게 던지는 말 폭탄. 사실 참여정부는 수많은 '수다'의 경연장이었다. 국민을 상대로 호통치고 토라지는 나랏님의 모습은 '호통개그'의 박명수를 떠올렸다. 이제 그 말 많고 탈 많던 참여정부의 시대가 저물고 MB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데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다. '불도저 MB'가 한반도 곳곳에 물길을 내려 하자 국민의 40%가량이 반대하고 나선 것. MB 측은 2020년 경부축 컨테이너 물동량의 22%를 흡수하고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권 약 550억 원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매년 수해복구비용 1조 1300억 원, 연간 수송비용 3636억 원이 절감되며 파급효과가 최소 6조 2000억 원이나 된다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끌탕을 한다. 2010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대운하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총 물동량도 3.3%에 불과하다는 것. 여기에 물길을 내고 땅을 파면서 생기는 환경재앙, 553㎞ 대운하 예정지의 들썩이는 땅값에도 반기를 든다. '느림'에 제동도 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4시간 걸린다지만 반대 측에서는 72시간으로 추산한다. 3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건설기간 중 임시직이기에 효과는 고작 380명에 불과하다는 생태지평연구소의 말도 뼈아프다. 100원 투자하면 230원 번다지만 비용·편익비로 볼 때 본전도 못 건진다는 의견도 있다. 공사비도 16조 원과 50조 원으로 엇갈린다. 누구 말이 '구라'일까.

▶잠시 청계천 때로 가 보자. MB는 서울시민 80%가 반대했지만 밀어붙여 성공했다.? 4000번의 설득과 읍소로 '불도저 시동권'을 따냈고 개천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그 성공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개천의 개벽과 한반도 개벽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벌써부터 지자체들은 지역의 이기를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빅5 건설사들은 '삽'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100% 민자유치든 뭐든 간에 현란한 테크닉이 아니다. 물불 안 가리고 '물길'을 내기보다는 길을 묻고 물길을 따져보고 공론을 모아야 반대파의 '불길'을 막을 수 있다.

▶호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소통의 시대다. '프렌들리'를 강조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공언한 MB가 이번 만큼은 '불도저'를 신중하게 운전하길 바란다. 4000번의 설득으로 청계천을 이뤄냈지만 이번엔 4000만 번의 설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국가 통치의 근본은 치산치수(治山治水)에 있다고 했다. 산과 물을 잘 관리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한 국가와 민족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다. MB의 '무한도전'이 유재석·박명수의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길 다시 한 번 빌어본다. 정녕 국민을 즐겁게 하라.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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