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점원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고객은 충청도 사람들이다. 물건을 내놓아도 살듯 말듯 그 고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된 줄 알고 포장을 하던 점원이 맥이 빠질 때가 많다.

특히 충청도 고객을 상대할 때 제일 조심해야 할 말은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내가 주는 대로 가져가고 계산이나 해'하는 식은 절대 금물.

충청 표심의 특징

정치에서도 충청도 사람들의 표심(票心)은 백화점 물건사는 것과 똑같다. JP를 충청도 대표명품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밀어 주었다가 하루아침에 외면해 버리는 까다로운 고객이다.

'행정수도'라는 상표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다가도 그 후 국민에 대한 AS가 마음에 안 들자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으로 돌아서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 당선인이 충청도 고객과의 스킨십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당장 4월 9일 국회의원선거에서 충청도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과반수 확보를 만들어 줄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선거에서는 540만 표차로 대승을 거두었으나 대전·충남에서는 신승을 했고 특히 차령산맥 남쪽에서는 이회창 후보에게 진 곳도 있다.

그런데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사람이 '이회창·심대평'의 신당으로 말을 갈아타는 사태가 오면 복잡해진다. 행정수도를 반대했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틀을 바꿔 국회통과를 하자 '수도의 분할은 수도이전 보다 더 나쁘다'고 했던 그는 이제 제대로 행복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충청도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러브콜은 그가 충청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경선에서 패했고 대통령선거에서는 신승을 하는데 그쳤기 때문에 더욱 간절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무총리를 고르는데도 충청도에 대한 러브콜은 각별한 것 같다.

심대평, 이원종, 정운찬…. 그러나 '심대평 총리기용'은 충청도에서 무시 못 할 이회창 신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설이 나왔고 심 대표에게 그것은 '고객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어쨌든 이 당선인이 이렇게 충청도에 신경을 쓰는 것은 좋다.

특히 선거기간 중 태안 앞바다에 달려와 기름 범벅이가 된 모래밭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대통령에 당선되고서도 이곳을 방문하는 등 깊은 스킨십을 보인 것은 잘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 당선인의 러브콜에도 충청도 사람들은 아직 백화점 고객과 같은 충청도 특유의 무덤덤함이 있다.

사실 충청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국무총리를 시켜 주고 장관 한두 자리 배려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소외됐던 충청지역 개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처럼 적극적 의지, 바로 그것을 바라는 것이다.

충청인 닫힌 마음 열릴까?

그런데 관계 부처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한 것을 보면 항공기, 광섬유 등 25개 공장을 수도권에 허가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수도권 규제가 풀리는 것이다. 그러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이 당선인이 열심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충청도다.

이제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우량기업들이 무엇 때문에 충청도로 오겠는가? 오히려 충청도에 왔던 기업도 서울로 U턴 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교육은 물론 경제, 문화, 사회 등 핵심기능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이렇게 되면 수도권은 거대한 공룡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기업의 투자가 저조했던 것은 수도권 규제 때문이 아니라 기업이윤이 억제됐던 정치·경제적 환경 때문이다. 마음을 잘 주지 않는 충청도 사람들에게 이 당선인의 러브콜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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