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천사' 김장훈이 3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서 입이 쩍 벌어졌는데 '콧수염 가수' 박상민이 몰래몰래 4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 또 한 번 입이 쩍 벌어졌다. 셋방에 살면서, 배고프게 살면서, 남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천사들이다. '장군의 핏줄' 송일국은 태안 외진 섬 가의도에서 남몰래 땀을 흘렸고, 탤런트 최강희는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했다. 보이지 않는 기부다. 김태희는 난치병 어린이 환자를 돕는 데 앞장서고 최수종, 하희라 부부는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 자선의 삶을 살고 있다. 김제동, 이나영, 고두심, 서태지, 배용준, 문근영, 장나라, 비, 최경주도 버는 족족 기부한다.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인 김원희, 에릭, 차태현, 정준호, 안재욱, 장진영, 정선경 등도 '1004파'다. 톱스타들을 일례로 들었지만 이처럼 우리 이웃엔 천사들이 많이 산다. 허허, 엔돌핀이 솟는다.

▶충북은 올해 사랑의 모금 온도탑(1%=1도)이 100도를 넘었다. 펄펄 끓었다. 대전은 79.4도, 충남은 96.7도다.(16일 현재).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모금을 시작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종방'을 미루고 모금기간을 연장했다. 신용카드로도 받아봤지만 그 또한 저조했다. 자선냄비 수는 늘었지만 자선의 종소리는 수줍게 딸랑거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간 그 자리에는 '나 하나도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의 고단한 눈물이 고였을 것이다. 세상살이에 구토하고 아파하고 질겁하여 줄행랑 친 '가난한 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겨울의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36.5의 체온이 비등점(100℃)의 온정으로 데워지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태안으로 달려간 100만 명의 천사를 보지 않았는가. 그들은 진정한 기부자요, 세상의 중심에 있는 옴파로스(배꼽)다. 우리의 마음 중심에 서서 아름다운 마음을 이끄는 영웅들이다.

허허, 유쾌한 일이다.

▶한때 취재 차원에서 서울역 노숙자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초라한 행색을 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정치인 욕을 '단내나게' 했다. 종장엔 라면박스 거죽을 덮고 모골이 얼도록 아프게 잤다. 새벽녘에 일어나 화장실 거울을 보니 내가 거지고, 거지가 나였다. 그들의 아픔을 대변해 볼 요량으로 한 일이었지만, 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는 없었다. 노숙자들에게 술과 음식을 주며 행한 그 '무례한 적선'은 오랫동안 날 괴롭혔다. 그들의 배고픔을 눈요기 삼은 죄였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냉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기부를 생각하고 안도현 시인을 생각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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